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누구는 ‘영웅본색2’에서 공중전화로 딸의 이름을 불러주고 쓰러지는 장면을 꼽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아비정전’의 맘보춤을 기억해낼 것이다. ‘천녀유혼’에서 왕조현에게 물속 키스를 하는 장면을 기억 속에 봉인해 놓은 사람도 있다. ‘패왕별희’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경극배우, ‘해피 투게더’에서 아휘(양조위)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보영도 관객의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다.
1979년 ‘열화청춘’으로 영화에 데뷔한 장국영은 1985년 ‘영웅본색’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에 ‘천녀유혼’ ‘영웅본색2’ ‘아비정전’ ‘패왕별희’ ‘백발마녀전’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등으로 홍콩영화의 상징이 됐다.
이제는 세계적 거장이 된 왕가위 감독은 장국영과 ‘아비정전’ ‘동사서독’ ‘해피 투게더’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 ‘아비정전’의 필리핀, ‘동사서독’의 사막, ‘해피 투게더’의 아르헨티나는 극의 마지막에 장국영이 머무른 곳이다. 홍콩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이다. 그는 팬들의 곁을 떠날 운명이었을까.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생을 마감한 장국영은 ‘아비정전’의 발 없는 새처럼 세상과 이별했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그가 지친 날개를 접었을 때, 팬들도 깊은 적막에 빠졌다. 장국영은 “마음이 피곤해 세상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는 유서를 남겼다. 팬들은 14년째 발 없는 새가 되어버린 장국영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고 있다.
[사진 = 2003년 4월 1일 장국영의 사망을 애도하는 팬의 모습. 엔케이컨텐츠]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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