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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작은 밀러, 마무리는 이종현이었다.
1일 울산 동천체육관. 동부 김영만 감독은 "오늘 잡아야 원주 가서 제대로 해볼텐데"라고 걱정스러워했다. 김주성의 경기력 한계에 허웅마저 발바닥이 좋지 않다. 극심한 공격 언밸런스를 감안하면 외곽에서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로드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에게 기대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미 벤슨과 맥키네스의 습관을 간파한 상태다. 유 감독은 "(이)종현이나 허버트 힐에게 오른쪽으로 도는 것만 조심해서 막으라고 했다. 대부분 외국선수가 한 쪽 방향으로 돈다. 예전 찰스 로드도 그랬다"라고 털어놨다. 이종현은 1차전서 벤슨을 상당히 잘 막았다. 결국 동부는 1차전서 59득점에 그치면서 모비스가 이겼다.
동부는 2차전서 수비로 풀어갔다. 김 감독은 "양동근과 네이트 밀러 매치업이 마땅치 않다. 트랩을 하니 모비스가 찬스를 잘 만들었다"라고 했다. 동부는 1차전부터 궁여지책으로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모비스는 아주 잘 해체했다.
그런데 2차전은 또 달랐다. 동부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지역방어를 시도했다. 모비스는 밀러를 앞세워 1쿼터에 그럭저럭 대응했다. 하지만, 2쿼터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동부의 굳건한 2-3 지역방어에 패스가 원활하지 않았다. 동부는 수 차례 모비스 패스를 끊어 벤슨과 맥키네스의 속공 득점으로 연결했다. 벤슨은 오른쪽을 막는 이종현을 상대로 힘으로 밀어붙여 점수를 만들거나 왼쪽으로 돌아 점수를 올렸다. 결국 이종현도 흔들렸다.
모비스는 패스게임에 의해 꾸준히 3점포를 시도했으나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득점력에 대한 기복과 한계를 드러냈다. 멤버 구성상 그렇다. 부상에서 돌아온 전준범과 이대성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양동근은 1차전과는 달리 철저히 침묵했다. 그렇게 동부가 전반전을 10점 앞섰다.
3쿼터 초반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그런데 모비스가 수비력을 끌어올리면서 다시 상황이 반전됐다. 시작은 밀러였다. 밀러는 공격에선 서민수를 잘 공략했고, 수비에선 서민수와 김주성, 그리고 맥키네스에게 들어가는 공을 철저히 긁어냈다.
동부가 전반전과는 달리 지역방어를 사용하지 않자 모비스 공격이 살아났다. 밀러가 과감한 돌파와 어시스트로 공격을 풀어냈다. 전준범과 함지훈도 스크린을 이용해 연계플레이를 해냈다. 반면 동부는 실책이 쏟아졌다. 모비스가 정확한 세트오펜스와 속공을 곁들여 추격,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4쿼터에도 철저한 수비전이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비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스크린과 정확한 패스게임을 통해 힐과 함지훈이 골밑에서 점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부 골밑으로 들어가는 공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상대 골밑 공격을 봉쇄했다. 밀러가 골밑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한 김주성을 잘 묶었다.
이종현이 경기종료 3분53초전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냈다. 동부가 외곽에서 스크린을 시도했다. 두경민이 외곽슛 찬스를 잡았으나 이종현이 스위치를 통해 잘 따라나왔다. 그리고 두경민이 슛을 던지는 순간 블록을 시도, 깔끔하게 성공했다. 이종현은 그대로 속공 덩크슛으로 연결, 8점차로 달아났다.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이종현은 경기종료 2분49초전에도 페이스업한 벤슨이 중심을 잃자 그대로 살짝 물러나는 재치를 발휘, 턴오버를 유발했다. 1분16초전 다시 벤슨을 막다 5반칙 퇴장했다. 그래도 이종현은 할 만큼 했다. 11점 9리바운드 2스틸.
동부는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극심한 수비전 끝 모비스의 70-61 승리. 동부는 전반전에 재미를 본 지역방어를 후반전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멤버를 바꾸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모비스는 2쿼터에 최악의 슈팅난조를 겪었으나 수비부터 풀어내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22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의 밀러가 시동을 걸었고, 이종현이 끝냈다. 이제 두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스코어는 2-0. 3일 원주에서 모비스가 이기면 그대로 종료된다.
[밀러(위), 이종현(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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