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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충무로 신스틸러 박병은에게 분량은 거들뿐이지만, 영화 '원라인'에서 주연 박 실장으로 나서 악역의 방점을 찍었다. 이미 영화 '암살'의 일본인 장교,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속 강 프로까지 세 편 연달아 선보이는 악역이었음에도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스크린을 활보했다.
"'원라인'의 박 실장은 기존 악역과 결이 다른 캐릭터에요. 그래서 뉘앙스라던가 감정 조절을 다르게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화내고 소리치며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평소엔 속삭이듯 말하면서 무게감을 잡다가 한 번 분노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도 못 말리는 그런 인물을 그리고자 했어요.
박 실장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야망가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뜻을 거스르면 손에 쥔 장부로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가한다. 부와 명예 앞에 인간의 추악한 욕망, 끝없는 속물근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박병은표 연기력과 만나 극에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한다. 쫄깃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13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지루지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이번에도 역시나 철저한 준비로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병은은 매 작품 역할 연구에 열의를 올리는 배우로 유명하다. '원라인'에선 안경, 장부 등 작은 소품 하나도 디테일에 신경 쓰며 활용했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반복하고 '여기서는 입에 물어볼까?'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해봐요. 그 중에 하나가 쓰이는 거죠. 만약에 제 아이디어가 반영이 안 된다고 해서 아쉽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이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정성 들여 봐온 분들은 제작진이잖아요. 저보다 훨씬 더 잘 아는 분들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 바로 생각을 접어야죠. 저는 그저 영화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인데 박 실장은 양경모 감독님과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했어요."
양경모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감이 느껴졌다. 박병은은 "'원라인'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양경모 감독님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와 닿았어요. 범죄오락영화이지만 인간의 욕심과 권력, 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질문을 던지고 이것을 경쾌하게 담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담 없이 오셔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에요"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원라인'은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고 한다. 임시완, 진구, 이동휘, 김선영, 박종환, 왕지원, 박유환, 안세하, 조우진, 이석호 등 대세스타부터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세대, 나이를 뛰어넘어 환상의 앙상블을 이뤘다는 평이다.
"'원라인'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이유는 배우들이 무척 많이 나오잖아요. 이 중에 친한 사람도 있고 새롭게 만나는 후배도 있는데 앙상블이 잘 맞을까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도 공존했어요. 하지만 솜사탕을 뭉치듯 각자 역할들을 충실히 해냈다고 생각해요. 이동휘, 진구, 임시완 등 다들 개성이 달라서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배우 이석호에게 경외심을 표했다. 이석호는 극중 민 대리 역 임시완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가슴 절절 부성애를 연기하며 짧은 분량임에도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석호 형은 17년 전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알던 사이에요. 현장에서 그 형을 보면서 무척 감동을 받았던 게 역할을 위해 자처해서 몸무게 17kg을 감량했지 뭐에요. 단 두 세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어요. 잘 걷지도 못하고 다들 말렸는데도 말이에요. 저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분장실에서 형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경외스럽죠. 다행히 지금은 원래의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답니다."
박병은 역시 그 못지않게 연기에 대해 강한 열정을 가진 배우다. 오랜 무명시절을 견뎌온 끝에 불과 2~3년 전, 지금에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 '원라인' 주연을 꿰차고 연이은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앞으로 영화 '특별시민', '추리의 여왕'으로 찾아갈 예정. 하지만 박병은은 여전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주연을 맡았다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저는 감흥이 없어요. 주조연을 나눠서 생각해본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배역에 상관없이 호기심 가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든 연기할 거에요. 이제 겨우 한발 내디뎠다고 생각해요. 전 정말 손가락 빨고 여기까지 왔어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그동안 쉬지 않고 오디션에 응시하고 꾸준히 연기해왔죠. 그 전엔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있었지만 이 나이까지 열심히 했다는 믿음이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고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사진 =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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