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플레이오프가 오히려 더 재미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일 동부와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정규시즌에도 얘기해줬던 부분이다. 플레이오프는 한 팀과 계속 붙으니까 아무래도 좀 더 집중력을 갖는다"라고 했다. 로드 벤슨을 수비한 이종현에 대한 평가였다.
이종현은 1~2차전서 줄곧 로드 벤슨과 매치업됐다. 벤슨에게 1차전 16점, 2차전 24점을 내줬다. 그러나 유 감독은 "잘 막았다"라고 했다. 이종현은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의 차이를 모르겠다. 플레이오프가 오히려 더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동부의 핵심은 벤슨과 맥키네스다. 지금 동부는 두 사람과 외곽의 리듬 단절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때문에 유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벤슨과 맥키네스에 대한 철저한 마크를 준비했다. 점수를 내줘도 힘들게 내주면서, 힘을 빼놨다.
사실 유 감독은 정규시즌과 다른 방법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그는 "종현이나 허버트 힐에게 좀 더 집중하게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대부분 외국선수가 한 쪽 방향으로 돈다. 벤슨의 오른쪽을 철저히 막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에 따르면 벤슨을 막는 게 쉬워 보인다. 그러나 수비수는 알면서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벤슨이 영리하고 힘이 좋다. 순간적인 대처능력이 좋다. 이 부분을 극복하는 건 오롯이 수비수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종현의 대처는 수준급이었다. 1차전서 벤슨이 포스트업을 한 뒤 오른쪽으로 도는 타이밍에 맞춰 팔을 쭉 뻗었다. 신장으로는 이종현도 벤슨에게 밀리지 않는다. 벤슨은 몇 차례 힘으로 밀어붙여 득점했지만, 이종현도 끝까지 버텨내는 끈기가 돋보였다. 벤슨은 이종현을 상대로 공격할 때마다 체력소모가 심했다.
이종현은 "벤슨이 2차전서는 왼쪽으로도 돌더라. 영리하다"라고 했다. 유 감독도 "마지막에는 종현이도 집중력을 잃고 내줬다"라고 했다. 실제 몇 차례 팔을 곧게 뻗지 못해 파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막판 5반칙 퇴장했다. 그러나 끝내 벤슨에게 결정적인 득점을 내주지 않았다. 모비스가 동부의 외곽공격을 철저히 막으면서 벤슨에게서 파생되는 공격도 제어했다.
이종현은 KBL 입성 이후 다이어트를 하면서 힘도 조금 떨어졌다. 대신 기동력은 살아났다. 2차전 막판 외곽까지 나가서 두경민의 3점포를 블록한 뒤 속공 덩크슛으로 마무리한 건 백미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벤슨의 순간적인 움직임 변화를 기가 막히게 캐치했다.
맥키네스 수비도 마찬가지. 맥키네스는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몸을 접은 뒤 팔을 뒤로 제치면서 던지는 슛이 위협적이다. 유 감독은 "무리하게 블록을 시도하기보다 공간을 주지 않으면서 팔만 뻗으라고 했다"라고 이종현에게 지시했다. 이종현도 "무리하게 찍으면 파울이 된다. 최대한 팔을 뻗고 버티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맥키네스와의 메치업 빈도는 낮았다. 그러나 높은 수비 이해력이 드러난 또 다른 사례였다.
이종현이 6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공격에선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전히 포스트업 기술이나 중거리슛 정확성이 수준급이 아니다. 그러나 수비에선 좋은 감각과 디테일로 유 감독을 만족시키고 있다.
네이트 밀러는 "이종현은 영리하다. 빅맨이지만 슛을 던질 수도 있고 블록 타이밍이 좋다. 내가 공격수를 놓쳐도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준다"라고 신뢰를 보냈다. 정작 이종현은 이 무대가 긴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긴다.
적절한 긴장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보통 루키들은 지나친 긴장으로 큰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종현의 멘탈과 센스는 의미가 있다. 모비스로선 6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이종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한 게 또 다른 수확이다.
[이종현.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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