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이후광 기자]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낸다.”
인공지능의 초석을 다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을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나온 대사다. 롯데 자이언츠의 전날 경기가 그랬다. 롯데는 1일 마산 NC전에서 선발투수 김원중의 5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NC전 15연패를 마감했다. 롯데의 NC 개막 3연전 화두는 돌아온 이대호였지만 영건 김원중이 깜짝 활약을 통해 NC전 연패 탈출의 주역이 됐다.
김원중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나성범, 재비어 스크럭스, 박석민 등 강타자들이 즐비한 NC 타선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총 투구수는 95개였고, 그 중 스트라이크가 63개(볼 32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직구 위주의 패턴 속에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으로 노련하게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원중은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지난해보다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확신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라며 “직구의 로케이션이 좋았다. 낮은 쪽에서 제구가 잘 됐다. 항상 믿음을 주시는 감독, 코치님들에게 감사하다. 올 시즌 아프지 않고 시즌을 끝까지 치르고 싶다”라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 롯데 선발진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지난 2시즌 간 2선발이었던 브룩스 레일리가 에이스를 맡는 가운데 파커 마켈이 적응 및 가정사 문제로 공식 경기에 앞서 한국을 떠났다. 급하게 대만서 뛰던 닉 애디턴이 왔지만 국내 리그 적응 여부는 미지수다. 외인의 몸값 및 이름값이 타 구단에 비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토종 선발진에서도 확실하게 10승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과 함께 7승을 거둔 박세웅을 포함 김원중, 박진형 등 젊은 선수들이 급성장했지만 냉정히 말해 물음표가 많다. 기복 없이 전체 시즌을 책임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원중의 호투는 반갑기만 하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젊은 선발진의 활약을 기대했고, 일단 김원중이 첫 스타트를 순조롭게 끊었다. 전날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박시영의 호투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분위기에 쉽게 좌우되는 젊은 선수들의 동반 상승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조 감독은 2일 또 다른 영건 박진형을 선발로 내세운 뒤 4일부터 열리는 넥센과의 홈 3연전서 박세웅-노경은-레일리 순의 로테이션을 예고했다. 어린 투수들이 좋은 출발을 한다면 예상보다 높은 순위에서 시즌 초반을 보낼 수 있다. 조 감독도 “올 시즌은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라고 말했다. 김원중의 호투가 물음표로 가득한 선발진의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지는 순간이다.
[김원중.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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