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베이징 공동취재단] 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이 북한전을 앞두고 평양 원정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2018 여자 아시안컵 B조 예선에 출전한다. 한국은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와 한 조다. 이번 아시안컵 예선은 각조 1위만 본선 티켓을 거머쥔다. 한국은 오는 7일 열리는 북한과의 대결이 본선으로 가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 입성을 앞둔 윤덕여 감독은 북한전 필승 각오를 전했다. 그는 “목포 전지훈련에서 북한 응원단에 대비한 소음 훈련을 했다. 실제 북한 응원단 소리를 녹음해서 크게 틀어놓고 훈련했다. 선수들도 익숙해졌을 것이다. 경기장도 인조잔디인데, 그 부분도 익숙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덕여 감독 일문일답.
--북한에서 경기한 경험이 있다.
“당시 공항에 도착하니 인산인해였다. 생각지도 못한 인파가 몰려 공항이 꽉 찼다. 공항에서 나와 고려호텔에 갔고, 차에서 내리니 무등을 태워 환영하고 그랬다. 환영해주는 것도 좋고,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무섭기도 했다. 호텔 가는 길에 술(꽃 같은 것)을 들고 거리에 사람들이 나와 흔드는 모습이 신기했다. 당시는 약간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였다. 지금은 조금 다를 수 있고, 친선경기가 아니라 월드컵에 가느냐 못 가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어 전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광민 감독은 어떻게 기억하나.
“김광민 감독은 굉장히 빠른 선수였다. 오버래핑에 뛰어난 선수로 기억된다. 그때 '평양에 다시 오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중국처럼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그 전에도 북한과는 월드컵 예선전도 했고, 다이너스티컵(지금의 동아시안컵, 한국 중국 일본 북한 4개국)에서도 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가해 (김광민 감독을) 잠깐 만나 커피 마실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자라난 배경과 환경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대화가 잘 연결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북한과 같은 조가 됐을 때 어땠나.
“당시 확률이 3분의1이었다.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FIFA 랭킹 중 아시아권에선 한국과 북한이 톱 랭킹이니 같은 조에 걸릴까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됐고 당혹스러움이 좀 있었다. 지소연이 그때 한국에 있었는데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북한하고도 붙을 수 있다"고 지나가는 식으로 얘기했다. 33.33% 확률이다. 선수들도 처음 당황스러워했지만, 이제는 해볼 만 하다는 반응이다. 키프로스컵에 나가면서 자신감을 갖자고 이야기 했다. 매년 북한과 경기를 치렀는데 내용이 점차 좋아졌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했고 선수들도 '으?X으?X'하는 분위기다”
--평양 원정을 어떻게 예상하나.
“아마 7만 명 규모 경기장이 꽉 찰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에게도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다. 북한도 자국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에 관중은 아마 꽉 찰 것이다. 우리 쪽 경기위원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북측 관계자와 이야기 했는데 아마 경기장이 꽉 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북한 축구의 장점은 무엇인가.
“북한 축구의 장점은 체력이다. 북한과 붙어보면 처음에는 우세하다가 후반에 체력적으로 밀리는 느낌이 있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체력을 많이 준비했다. 또한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조소연이 주장으로 중심을 잘 잡아줄 것이다. 지소연에게도 기대가 크다. 베테랑 선수들이 필요하다”
--북한전을 승리하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여자축구를 보면 지난 2003년에도 월드컵 다녀왔고, 2015년에도 월드컵 출전했는데, 큰 대회를 치르고 나면 국내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선수들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된다. 이번 대회는 2019 여자월드컵까지 연결되니 중요하다. 탈락하면 우리 선수도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니 공백이 굉장히 클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잘 해 갈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할 것 같다”
--북한전을 앞두고 부담감은 없나.
“-북한 경기를 계속 봤다. 지난 1월 20일 토요일 조추첨한 이후 생중계로 못 보고 나중에 카톡으로 알았다. 그날 밤 잠들기 힘들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북한하고 경기했던 것을 영상으로 계속 봤다. 그거 보면서 다시 고쳐야 할 것을 생각하고 훈련해 고쳐갔다. 그러면서 키프로스컵을 준비했다. 북한하고 경기를 할 가능성이 있었다. 한국과 북한이 스위스와 모두 붙었기 때문에 가상 대결을 한 셈이다. 북한의 측면이 헛점이 보이는 것 같다. 북한도 차후에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전 승부수는 무엇인가.
“우리 대표팀의 강점은 미드필드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지소연이나 이민아. 측면에서 강유미, 윤미라, 전가을 등이 기술적으로 좋다. 사실 북한이 더 급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볼을 잘 소유하고 연결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런 능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좋다”
--북한의 요주의 선수는 누구인가.
“허은별이다. 대표적인 공격수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 감각이 좋다. 득점력과 기술을 갖춰 제일 조심해야 할 선수다. 북한은 특별한 전술 변화가 없는 팀이기 때문이다. 체력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롱볼을 찬 뒤 공격수들이 뛰어가 득점하는 스타일이다”
--평양 원정 응원전은 어떻게 대비했나.
“목포에서 소음 훈련을 했다. 북한 응원단 소리를 녹음해서 크게 틀어놓고 훈련했다. 북한 국가나 뭐 그런 것이다. 이제 선수들도 상당히 익숙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열리는 곳이 인조 잔디인데, 우리 팀도 인조잔디는 익숙하다”
--북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초반에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비수들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초반에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잘해서 넘기게 되면 좋을 것이다. 선수들을 믿는다. 특히 이번에 상대 팀의 경기를 봤을 때 오사카에서 왔던 골키퍼가 엔트리에 들어올지 모른다. 경기 당일 비가 오면 볼이 빨라질 수도 있으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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