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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할리우드에는 유독 호흡이 잘맞는 감독-배우 조합이 있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은 ‘가위손’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9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터미널’ ‘스파이 브릿지’에서 서로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또 하나의 감독-배우 조합이 탄생했다. 피터 보그 감독과 마크 월버그다. ‘론 서바이버’ ‘딥 워터 호라이즌’에 이어 ‘패트리어트 데이’로 다시 뭉쳤다. 앞선 두 조합이 다양한 장르를 오갔다면, 이들은 한 가지 장르만 파고든다. 실화영화다. ‘론 서바이버’는 아프간에 파견됐던 네이비씰의 이야기를, ‘딥 워터 호라이즌’은 석유시추선 폭발 사고를 스크린에 옮겼다. ‘패트리어트 데이’에선 테러 현장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2013년 4월 15일. 미국 국경일 ‘패트리어트 데이’를 기념하는 축제의 현장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두 번의 폭발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이 무너졌다. 아이를 포함해 세 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부상 당했다. 보스턴 경찰과 FBI는 곧바로 수사본부를 꾸리고 테러범 추적에 돌입하지만, 범인은 뉴욕에서 2차 테러를 실행하기 위해 보스턴을 빠져나간다.
피터 보그 감독은 ‘론 서바이버’ ‘딥 워터 호라이즌’에서 실화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연출력으로 주목 받았다. ‘론 서바이버’는 아카데미 음향효과와 음향편집 부문에, ‘딥 워터 호라이즌’은 시각효과와 음향편집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만큼 청각과 시각으로 실화의 리얼함을 스크린에 담아내는데 능하다.
‘패트리어트 데이’에서도 그의 진가는 빛난다. 최초 두 차례의 폭발이 일어날 때, 흡사 테러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다리가 잘려나간 시민, 얼굴에 피를 흘리는 참가자 등이 뒤엉켜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한 마라톤 대회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CCTV 영상으로 범인의 동선을 추리하는 일선 경찰 토미 샌더스(마크 월버그), 반 무슬림 여론이 일어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FBI 팀장(케빈 베이컨), 즉각 공개수사로 전화하라고 윽박지르는 경찰 수뇌부 에드 데이비스(존 굿맨) 등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과정은 다큐멘터리를 보듯 박진감이 넘친다. 두 명의 형제 테러범이 경찰과 시가전을 벌이는 후반부는 ‘작은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강렬한 텐션을 불러 일으킨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테러의 참상과 범인 검거를 통해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시민 정신’의 위대함을 담아낸다. 두 다리가 절단되어도 희망을 잃지 않는 피해자부터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아끼지 않았던 전체 보스턴 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증오와 적대 역시 사랑과 평화를 위협할 수 없다. 보스턴 시민은 희망과 사랑으로 아픔을 치유했다. ‘보스턴 스트롱’이라는 구호처럼, 그들은 강했다.
보스턴 시민의 위기 대처 능력은 한국인이 배워야할 자세다. 우리도 언젠가 ‘코리아 스트롱’을 외치길 기대하며.
[사진 제공 = 비트윈 에프앤아이]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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