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뮤지컬 ‘오! 캐롤’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제껏 모든 뮤지컬이 그의 행복에 기여했지만 이번 뮤지컬 ‘오! 캐롤’은 의미가 남다르다. 아픔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에스더를 표현하며 진짜 행복을 논하고 있다.
뮤지컬 ‘오! 캐롤’은 1960년대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Oh Carol', 'You Mean Everything to Me', 'One Way Ticket' 등 전세계 차트를 석권한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주옥 같은 히트팝으로 전곡이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극중 최정원은 왕년의 스타로 리조트 사장 에스더 역을 맡았다.
최정원은 “그동안 해왔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정말 해피한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창작으로 만들어진 인물이긴 하지만 ‘나라면 어땠을까’를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에스더라는 캐릭터 역시 본인에게 녹여내며 많은 공감을 느꼈다.
“에스더는 굉장히 밝고 호탕하고 무대에선 카리스마 넘치지만 굉장히 상처가 많은 것 같아요. ‘혹시 나를 만나서 사랑하는 사람이 다 죽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죠. 어린 딸도 죽었고 원치 않은 결혼이었지만 남편도 죽었고 부모님도 없고 가장 친한 친구도 아픈 상태라 그래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밝은 사람이에요. 최정원이 아니라 진짜 에스더의 느낌이 들어요. 상처를 갖고는 있지만 긍정적인 사람이라 너무 행복하죠. 남경주와 워낙 호흡이 잘 맞는 것도 무대 안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해요.”
앞선 뮤지컬 ‘맘마미아’, ‘아가사’, ‘유린타운’ 등에서 최정원은 ‘걸크러쉬’ 느낌이 다분한 역을 주로 연기했다. 독립적이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오! 캐롤’ 속 에스더는 다르다. 많은 감정을 숨기고 있다.
최정원은 “여성여성한 걸 오랜만에 한다”며 “원래 나는 세상 부드럽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해주기 때문에 더 재밌고 편안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더는 조금 여리게 표현하려 해요. 더 할 수 있는걸 조금 더 자제하려고 하죠. ‘최정원이 더 소리 지를 수 있고 노래도 세게 할 수 있는데 굉장히 부드럽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지금 에스더는 천천히 여리게 표현하려 해요. 처음에는 살살 하는 것 같고 ‘최정원 한물 갔나?’ 이럴 수도 있는데 에스더로 표현하고 싶은 건 부드러움과 여성스러움, 그 안에 아픔이기 때문에 그렇게 방향을 잡았어요. 절제를 많이 했죠. 근데 그렇게 자제하려고 했던 부분들이 오히려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최정원은 에스더 역할이 부각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조화를 ‘축구’에 비유했다.
“축구로 따지면 골을 넣는 선수는 델인 것 같다. 델이 골을 잘 넣을 수 있고, 로이스, 게이브, 마지 등 젊은 친구들이 골을 넣을 수 있게 에스더와 허비가 어시스트 해줄 수 있는 입장인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나도 더 할 수 있지만 우리 선배 배우들이 엄마 아빠 같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오! 캐롤’에 중간 투입 되다 보니 걱정도 있었다. 연습량이 부족해 부담도 됐다. 하지만 베테랑 배우들이 그 걱정을 잘 채워줬고, 관객들과의 소통 역시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한다.
“‘오! 캐롤’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오! 캐롤’은 중극장 공연이긴 하지만 소극장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배우들도 너무 고마웠죠,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굉장히 축복이에요.”
최정원은 많은 후배들이 존경하는 뮤지컬배우다. 그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같이 했던 배우들이 항상 좋아해주고 인터뷰나 SNS에 좋은 말을 써주고 하는걸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실 서로 통하지 않으면 그런 말 하기가 힘든데 내가 한 번도 그들을 진심 아닌 마음으로 대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잘 통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저 역시 후배들의 공연을 보고 감탄해요. 선뜻 표현을 못해도 공연을 보면서 후배지만 가슴 뜨거운 순간들이 있죠. 그런 걸 느낄 때마다 ‘내 주변에 멋진 배우들 많구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배우가 ‘언니처럼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하면 ‘아니야. 왜 그래’ 하지만 웃게 되고 기분 좋아지죠.(웃음)”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몰랐을 때부터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존경 받는 선배, 진정한 뮤지컬스타가 되기까지. 최정원은 자신이 갖고 있는 끼에 만족하지 않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어릴 때는 나도 연습보다 공연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엔 백번 부른 노래가 무대에서 얼마나 퀄리티 있을지 알기 때문에 연습할 때 행복감이 채워진다”며 “나이 들면서 좋은 건 어릴 때 못 느꼈던 행간들, 쉬는 타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거다. 지금 내가 웜업하는 순간도 ‘얼마나 컨디션이 좋으려고 이러나’ 싶다.(웃음)”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대를 즐긴 결과, 그는 무대에 꼭 필요한 배우가 됐다. 동료들도 그를 원하고 관객들도 그를 원한다.
“이제 어느덧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니 ‘지금 하면 더 잘 할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 있어어요. 그럼에도 불구 지금 ‘오! 캐롤’을 할 수 있는 나이, 에스더를 할 수 있는 나이가 감사하죠. 전 아이 갖고 낳을 때 빼고 무대를 떠나본 적이 없어요. 전 주변에서 소개할 때 ‘뮤지컬로만 스타가 된 배우’라고 하죠. ‘뮤지컬배우’, ‘뮤지컬스타’라고 소개해줄 때 정말 행복해요. 제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인 것 같아요. 제 뮤지컬을 한편이라도 본적 있다고 하면 더 빨리 친해지기도 해요. 아무래도 모든 싸이클이 무대에 맞춰 있다 보니 평소엔 저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데 무대라는 것을 통해 나를 보여주면 너무 자신 있어요.“
한편 뮤지컬 ‘오!캐롤’은 오는 5월 7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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