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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고구마 백만개 먹은 기분’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 속 신재순(유선)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우리 갑순이’ 속 신재순은 그만큼 참 답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결혼에 실패 후 급하게 한 재혼이기 때문에 신재순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 갑순이’는 5포, 7포 시대에 꼭 한번 다뤄야 할 소재인 혼인, 동거, 사실혼, 이혼, 재혼 등 혼재해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결혼 양식과 그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고 디테일하고 현실감 있는 스토리로 결혼과 부부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간 가족 드라마다.
극 중 유선은 참하고 속 깊은 성격이지만 첫 결혼에 실패한 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실패한 결혼생활을 만회하기 위해 급히 재혼을 결정한 재혼 1년 차 주부 역을 연기했다. 사랑 없이 재혼한 탓에 남편과 남편의 아이들, 또 자신의 아이와 함께 사는데 있어 우여곡절을 겪었다.
눈물도 많이 흘렸고,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운명 앞에 놓여 시청자들마저 답답하게 한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유선 역시 힘들었다. “애초에 눈물을 많이 흘릴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런데도 처음에 진짜 힘들더라”고 고백했다.
“초반에 남편도 전 부인을 만나고 아이들도 자리를 주지 않았잖아요. 처음에는 청소하고 밥하고 기다리는 게 대부분이었죠. 아이들도 차갑게 굴고 남편도 정을 주지 않아 처음 재순이가 진짜 힘들었어요. 대사도 짧아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죠. 그랬는데 그게 실제 재순이의 감정으로 가더라고요. 배우 유선의 답답함이 실제 유선의 답답함과 합해져 쭉 누적돼 살았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재순이만 보면 고구마 백만개 먹은 것 같다’며 답답해 했는데 배우 유선도, 재순도 그 통쾌한 사이다 한 방을 기다린 것 같아요.”
답답한 캐릭터임에도 재순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유선이 생각하는 재순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안타까움 아닐까요? 답답한데 그 답답함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거죠. 답답한데 마음처럼 잘 안되니 또 잘 됐으면 좋겠고 그런 안타까움이 있었던 거예요. 그게 사랑과 응원으로 이어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갑돌이와 갑순이는 20대의 철없는 사랑, 오래된 연인들의 반복되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에 반해 처량하고 안쓰러워 보이는 게 재순이라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애정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일명 ‘고구마 백만개 먹은’ 캐릭터이다보니 시청자도 유선도 사이다를 원했다. 문영남 작가는 이 사이다를 한방으로 해결하기 위해 재순의 인생을 더욱 꼬아버렸다. 이에 드디어 터진 사이다 한 방은 더 배로 모두를 통쾌하게 했다.
유선은 “작가님이 재순이가 참다 참다 못해 내지르는 신으로 처음 빵 터뜨려 주셨다”며 “조금식(최대철)에게 쏟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드디어 왔구나’ 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독백신이고 NG 없이 가야 했어요. 때문에 ‘어떻게 하지?’ 생각한 동시에 ‘드디어 왔구나’ 하면서 가슴이 뻥 뚫렸죠. 대사를 외우는 과정에서도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처음으로 재순의 속마음을 얘기하는 순간이었잖아요. 툭 치면 나올 정도로 달달 외웠어요. 처음으로 속마음을 얘기하는데 거침없이 나가고 싶었거든요. NG 없이 쫙 했어요. 촬영 전부터 몸이 떨렸고, 촬영 들어가자마자 눈물과 함께 쏟아냈어요.”
고구마 백만개 뒤 사이다이다보니 시청자 반응도 좋았다. ‘드디어 사이다 한 모금 먹었다’며 시원해했다. 유선 역시 시원했다.
“처음 문영남 선생님이랑 작업하는데 캐릭터와 배우의 감정이 하나가 돼서 누적돼서 해주는 힘이 있어요. 이게 진짜 재순인지 유선인지 모를 정도로 나도 함께 인물과 쌓아 와서 터트리고 답답해 할 때는 답답해하고 그랬어요. 그러니 초반부터 캐릭터가 쭉 젖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재순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선. 사진 = 모션미디어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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