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이먼 시리즈가 될 조짐이 보인다.
KGC 데이비드 사이먼은 과거부터 체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김승기 감독은 사이먼에게 40분 내내 골밑에 들어가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실제 사이먼은 체력소모가 심한 포스트업보다 미드레인지 공격을 즐겼다. 대신 수비할 때는 골밑에서 확실하게 버텨냈다.
결국 사이먼은 KGC를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체력 난조는 없었다. KGC의 사상 첫 통합우승 도전에도 사이먼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10일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완승은 의미가 있었다.
사이먼이 끝낸 게임이었다. 비록 4쿼터에 단 1점도 올리지 못했지만, 3쿼터까지 무려 33점을 퍼부었다. 9리바운드와 5블록까지. 유재학 감독도 "사이먼이 그렇게 넣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럭저럭 잘 막았다"라고 평가했다.
사이먼을 정상적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는 뉘앙스였다. 사이먼이 슛을 어렵게 던지게 하는 걸로 만족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사이먼은 정상적으로 막을 수 있는 빅맨이 아니다.
포스트업에 필요한 기술과 힘을 겸비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부드럽게 턴하면서 던지는 슛이 매우 정확하다. 손질이 좋은 네이트 밀러가 몇 차례 공을 툭툭 쳐냈지만, 사이먼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른쪽을 내주고 왼쪽을 집중적으로 막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사이먼은 정확한 중거리슛도 겸비했다. 모비스는 제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KGC에는 오세근과 키퍼 사익스, 이정현 등 1대1로 막기 쉽지 않은 선수가 즐비하다. 모비스는 오세근이 골밑을 공략하거나 사익스가 골밑을 돌파하면 외곽으로 나간 사이먼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이먼의 강력한 리바운드 장악능력과 블록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 사이먼은 밀러와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허버트 힐을 공수에서 완벽히 제압했다. 모비스는 사이먼을 완벽히 막지 못하면서, KGC의 사이먼과 오세근이 펼치는 하이-로 게임 등 연계플레이도 봉쇄하지 못했다. 모비스는 전반전에 밀러 혹은 힐이 사이먼을 1대1로 막다가 후반전에 도움수비를 시도했다. 몇 차례 성공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물론 사이먼은 4쿼터에 단 1점도 넣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부분을 체력저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게 김승기 감독 말이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이 끝나고 체력을 회복했다. 모비스와 같은 조건이니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1차전을 통해 모비스가 사이먼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이정현, 사익스라는 확실한 조력자들도 있다. 이대로라면 2~3차전을 KGC가 쉽게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유재학 감독은 "앞으로 경기플랜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말 이 시리즈가 싱겁게 흘러갈까. 단정할 수는 없다. 일단 사이먼이 1차전 막판 발목을 다쳤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리즈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전체적인 수비조직력은 문제가 없었다. 개개인의 움직임에서 수정할 부분은 있다"라고 했다. 지켜봐야 할 변수다. 모비스가 실점을 억제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모비스는 1차전 3쿼터 중반 이후 패스게임에 의한 외곽포가 급격히 터졌다. 4쿼터 막판 3점차까지 추격했다. 양동근, 전준범이 스크린과 패스게임을 활용, 잇따라 3점포를 터트렸다. 사이먼 수비만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해볼만한 게임이었다. 모비스 멤버구성 감안하면 82득점, 특히 3점슛 12개면 할 만큼 했다.
KGC의 방심이었다는 게 김승기 감독 설명이다. 김 감독은 "스코어가 벌어지면 흥분해서 빨리 끝내려고 한다. 그게 문제다. 쉬다가 3점슛을 많이 얻어맞았다"라고 말했다. 3쿼터 중반 18점까지 앞서면서 심리적으로 느슨해졌다는 것. 어느 팀이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김 감독이 정규시즌 때부터 거론했다. 김 감독은 "점수 차가 18점까지 벌어지지 않았다면 3점슛을 12개씩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움직임의 실수도 있었다. 하지 않아도 될 골밑 도움수비를 시도하다 외곽에서 3점포를 얻어맞았다. 김 감독은 "수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GC로선 이런 부분만 대비하면 모비스에 많은 3점포를 맞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
모비스는 위협적이다. 그러나 KGC는 막강하다. 유 감독조차 "작년 오리온과의 4강보다 이번 4강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멤버구성상 KGC로 다소 기우는 시리즈인 건 분명하다. 결국 KGC의 방심과 흥분이 마지막 변수다. KGC가 스코어에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 스스로 무너질 확률은 낮다.
[사이먼(위), KGC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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