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전은 가능할까.
대부분 농구관계자가 오리온이 삼성과의 4강 플레이오프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이 적지에서 1차전을 잡았다. 완승이었다.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33점-19리바운드)와 마이클 크레익(13점 7어시스트)은 포효했다. 그러나 오리온 오데리언 바셋은 고개를 숙였다. (3쿼터까지 무득점, 승패 갈린 4쿼터에 10득점) 1차전의 희비가 갈린 핵심적 지점이다.
오리온은 토종, 외국선수를 막론하고 걸출한 빅맨이 없다. 자연스럽게 골밑 트랩 디펜스가 생활화된 팀이다. 완성도가 매우 높다. 트랩을 시도한 뒤 재빠른 로테이션과 리커버리로 오픈 찬스 허용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팀 내 유일한 정통빅맨 장재석이 삼성과의 정규시즌 맞대결서 라틀리프를 기대이상으로 잘 막았다. 이승현과 애런 헤인즈도 라틀리프 트랩에 일가견이 있었다. 반면 삼성은 정규시즌 내내 라틀리프 의존도가 높았다. 공격루트가 단순했다. 오리온이 삼성에 4승2패로 앞선 원동력이었다.
4강 1차전은 달랐다. 라틀리프는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5경기를 통해 트랩에 대처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익혔다. 이상민 감독도 시즌 막판부터 "트랩을 많이 당해봐서 잘 대처한다"라고 했다. 라틀리프가 유연하게 대처했지만, 삼성의 외곽슛이 지나치게 터지지 않은 날도 적지 않았다.
라틀리프는 오리온 트랩에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볼을 빼줬다. 동료들은 라틀리프에게 최대한 가깝게 붙어서 라틀리프의 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다른 선수들이 움직이면서 찬스를 잡았다. 다시 골밑에 자리잡은 라틀리프는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오리온의 대처는 미흡했다.
크레익의 대처도 눈에 띄었다. 전자랜드와의 6강 5차전부터 무리한 플레이가 줄어들었다. 볼 처리를 심플하게 했다. 외곽보다 골밑 공격 빈도를 높였다. 동시에 자신의 장기인 패스센스를 극대화했다. 4강 1차전 역시 그랬다.
결국 라틀리프가 오리온 트랩을 뚫고 골밑 위력을 극대화했다. 크레익도 팀 오펜스에 녹았다. 임동섭의 외곽포까지 터졌다. 오리온 수비조직력이 괴멸되면서 승부가 싱겁게 마무리됐다. 오리온은 근본적으로 라틀리프에 대한 수비법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 하나. 바셋의 침묵이다. 삼성은 바셋이 뛸 때 지역방어를 실시했다. 바셋의 지역방어 어택 능력이 떨어지는 걸 간파한 전술이었다. 바셋이 지난시즌 조 잭슨과 차이가 나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잭슨은 정규시즌 말미부터 오리온 팀 오펜스에 완벽히 녹았다. 팀 밸런스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했다. 결국 오리온을 포스트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바셋은 미흡하다. 정규시즌 내내 기복이 있었다. 오리온 팀 오펜스에 기여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컸다. 지역방어의 경우 정해진 어택방법대로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매 경기 꾸준하지 못했다.
지역방어를 해도 공을 잡은 공격수에겐 바짝 달라붙는 게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삼성은 바셋이 공을 잡아도 슛을 내주는 수비를 했다. 바셋의 슛마저 터지지 않고, 삼성이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경기 흐름은 삼성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오리온은 1차전서 떨어진 실전감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1쿼터 초반 삼성이 턴오버를 거듭할 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찬스를 잡고도 부정확한 야투로 다시 흐름을 넘겨줬다. 결국 수비부터 무너졌고, 바셋 옵션마저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공수에서 리듬이 급격히 떨어졌다.
오리온으로선 추일승 감독의 멍군이 필요하다. 라틀리프 봉쇄가 쉽지 않다면 오히려 라틀리프에게 다득점을 내주더라도 공격에서 좀 더 정확성을 높여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준비도 필요하다. 멤버구성상 공격력 자체는 삼성에 밀릴 이유가 없다. 오리온으로선 팀 오펜스를 가다듬고, 떨어진 개개인의 슛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필수다.
무릎이 아픈 김동욱의 부재가 뼈 아프다. 김동욱은 4~5번 수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결정적으로 공격에서 2~3번 미스매치를 유발한다. 2대2 전개능력과 패스센스가 매우 뛰어나다. 지금 오리온이 공수에서 부족한 부분이 김동욱의 빈 자리와 정확히 겹친다.
삼성은 6강을 5차전까지 치르면서 체력난조가 우려됐다. 하지만, 오히려 극적인 승리를 거듭하면서 '사점'을 극복하는 모양새다. 오리온이 1차전서 드러난 아킬레스건을 극복하지 못하면 삼성이 2차전 이후에도 주도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라틀리프(위), 바셋(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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