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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더라고요."
김남길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그간의 길을 되짚어보며 허심탄회한 속내를 밝혔다.
지난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 캐릭터로 최정상의 인기를 누렸던 김남길. 비담은 무려 9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여전히 대중에게 김남길의 인생 캐릭터로 꼽히고 있다. 이에 한때는 이를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연륜과 경험이 쌓인 만큼 그런 마음을 지운지 오래다.
"요즘도 가끔 '선덕여왕' 작가님을 뵙는데 만날 때마다 덕분에 아직까지 먹고 살고 있다고 말씀드려요(웃음). 어릴 때는 그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마음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느껴요. 마음이 변화하니까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이제는 당당히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김남길은 "사회를 보는 눈 등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그때는 맞았다고 생각한 신념들이 지금 보면 잘못 생각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아는 척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솔직하게 모르면 모르겠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시작된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관계나 잘 모름에 대한 남 탓을 많이 했는데 모든 게 내 잘못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사람이 좀 유해졌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이를 먹어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젊음에 대한 부러움은 물론, 있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로망도 있어요."
하지만 김남길은 "의젓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는 건 좋지만 철 들었다는 얘기는 싫다"라며 "철부지 같아도 들판을 뛰노는 소년처럼 사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변화는 자연스럽게 그의 필모그래피에도 반영됐다. 홍콩 배우 이미지를 꿈꾸며 주로 묵직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던 그는 최근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판도라' 등에서 유쾌하고 친근한 역할을 맡아 관객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갔다.
"작품을 고르는 눈이 예전에 비해 달라졌어요. 과거엔 뭔가를 멋스럽게 표현하려 했어요. 지금은 그런 것엔 눈이 잘 안 가더라고요. 거북하고 마음이 안 끌려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의 힘에 끌리더라고요. 사람들의 공감을 자극하는 캐릭터가 발에 붙어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연기는 이만큼을 고민하고 현장에 답을 내리고 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고민한 그 흔적들을 갖고 하는 것이에요. 촬영할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죠.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와야만 현장에서 흔적들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사진 = 오퍼스픽처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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