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만 바라보지 않았다.
라틀리프는 6강 플레이오프에 이어 4강 플레이오프 활약도 대단했다. 1~4차전서 33점, 21점, 22점, 43점을 퍼부었다. 리바운드도 19개, 16개, 12개, 16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19일 5차전을 앞두고 만난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라틀리프가 더 많이 넣어도 된다. 다른 선수들의 득점이 그만큼 줄어든다"라고 했다. 이승현도 "어차피 라틀리프를 막지 못한다. 중요한 순간 실수 한번 유발하고, 리바운드 한 번 따내면 된다"라고 했다.
삼성은 라틀리프에게 극도로 의존하는 농구를 한다. 몇몇 국내선수들의 컨디션이나 슛 밸런스가 좋은 상태가 아니다. 팀 시스템상 그럴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에도 그랬다. 더구나 단기전서는 가장 확률 높은 옵션을 사용하는 게 맞다.
때문에 오리온으로선 삼성의 단순함을 극대화, 라틀리프에게 줄 점수를 주고 효과적인 공격으로 대응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추 감독은 "오히려 3점포를 맞는 게 경기흐름상 더 치명적"이라고 했다. 실제 그랬다. 삼성은 1~2차전서 라틀리프의 활약과 3점포가 조화를 이루면서 오리온을 눌렀다.
그러나 삼성은 3~4차전서 외곽포가 침묵했다. 승부처에 그랬다. 오리온은 초반에 특유의 효율적인 패스게임과 미스매치 공격을 앞세워 주도권을 잡자 경기 막판 라틀리프에게 트랩을 들어가지 않고 2점을 줬다. 대신 2점을 넣어 스코어 관리를 했다. 체력을 아끼면서 경기를 영리하게 운영했다.
결국 삼성으로선 3점슛이 터지거나 또 다른 옵션으로 득점을 올려야 했다. 이상민 감독은 경기 전 "문태영이나 임동섭에게 옵션을 주려고 한다"라고 했다. 여전히 삼성은 라틀리프에게 먼저 공을 넣은 뒤 여의치 않을 때 외곽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라틀리프에게서 빠져나가는 공을 몇 차례 효율적인 공격으로 이어갔다. 라틀리프가 짧게 패스를 하고, 문태영이나 임동섭이 잘 받으러 나왔다. 이후 빠른 패스게임으로 몇 차례 득점을 만들었다. 라틀리프가 곧바로 김태술의 득점을 돕기도 했다. 마이클 크레익도 욕심 내지 않고 김태술의 득점을 도왔다.
또한, 오리온은 뼈 아픈 실책이 잦았다. 전반전에 문태종이 리바운드를 잡았으나 뒤에서 스틸을 허용, 라틀리프의 덩크슛으로 이어진 부분, 이승현이 치고 나가다 패스미스를 해서 임동섭의 3점포로 이어진 부분, 헤인즈가 무리하게 돌파하다 공을 놓친 부분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때 차곡차곡 점수를 만들었다. 결국 삼성은 전반전에만 8점 앞서갔다.
삼성은 수비에서도 오리온 헤인즈와 국내선수들의 연계플레이를 철저히 막았다. 오리온에 외곽슛 찬스를 많이 내주지 않았다. 오리온은 공격이 뻑뻑해졌고, 삼성은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3쿼터에는 3점포마저 터졌다. 백보드를 맞고 들어간 크레익의 3점포는 행운이 섞였다. 그러나 주희정, 김준일의 3점포는 완벽한 패스게임에 의해 나왔다. 골밑을 장악한 상황서 외곽슛마저 터지면서 오리온 수비를 괴멸시켰다.
3쿼터 중반 이후 오리온이 맹추격했다. 삼성이 갑작스럽게 공수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이 실책을 연발했다. 오리온은 정재홍, 헤인즈의 연속 득점으로 다시 추격했다. 삼성은 크레익이 3쿼터 종료와 함께 버저비터를 성공하면서 오리온 상승세를 차단했다.
4쿼터 초반도 오리온의 흐름. 오리온은 김동욱과 정재홍을 중심으로 공수를 정비했다. 삼성은 순간적으로 방심했다. 실책을 쏟아냈고, 오리온은 오랜만에 얼리오펜스가 살아났다. 김동욱이 철저히 수비를 모은 뒤 패스게임을 주도하면서 순식간에 흐름이 살아났다. 헤인즈와 정재홍의 연속 득점, 김동욱의 포스트업 공격 두 차례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삼성은 냉정하게 대처했다. 오리온이 라틀리프에게 수비를 집중하자 문태영과 김태술이 영리하게 골밑 득점을 올리며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라틀리프가 빼준 패스가 임동섭의 3점포로 연결, 달아났다. 극적인 상황서 오히려 득점루트를 다변화하면서 오리온을 공략했다. 경기종료 55.7초전 김태술의 3점포로 승부를 갈랐다.
삼성은 6강에 이어 4강도 5경기로 끝내면서 극심한 체력소모가 있었다. 그러나 KGC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라틀리프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공격으로 희망을 봤다. 오리온은 결국 센터 없는 농구의 한계를 맛봤다. 올 시즌 후 이승현, 장재석이 군입대하면 빅 포워드 농구도 사실상 막을 내린다.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장면. 사진 = 고양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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