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오리온은 최근 몇 년간 장신포워드들을 앞세워 견고한 공수시스템을 구축했다. 2~3번 미스매치 공격과 효율적인 패스게임을 앞세운 한국형 스몰볼로 2015-2016시즌을 제패했다. 그러나 당시 플레이오프서 올 시즌처럼 강력한 골밑을 구축한 상대는 없었다. 동부 로드 벤슨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모비스 아이라 클리크와 커스버트 빅터, KCC 하승진과 허버트 힐은 약점이 명확한 조합이었다. 오리온은 그 틈을 정밀하게 파고 들었다.
올 시즌에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그러나 괴력을 자랑하는 정통빅맨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겐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견고한 트랩디펜스로 대응했지만, 삼성이 승부처서 라틀리프에게서 파생된 외곽슛, 연계플레이를 내세운 1~2차전과 5차전을 내줬다. 결국 삼성에 2승3패로 패퇴했다.
김동욱의 부상, 오데리언 바셋의 부진도 뼈 아팠다. 김동욱이 5차전 후반전에 보여준 경기장악능력은 대단했다. 역설적으로 시리즈 내내 김동욱에 의한 미스매치 공격과 패스게임을 활용하지 못한 게 오리온으로선 엄청난 손해였다.
결과적으로 오리온은 몇몇 아쉬움 속에서도 가진 전력을 극대화했고, 잘 싸웠다. 그리고 이젠 변화의 기로에 섰다. 팀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추일승 감독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승현과 장재석이 상무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한다. 5월 초에 입대하는 이승현은 2018-2019시즌 막바지에 돌아온다. 7월부터 복무하는 장재석은 2019-2020시즌부터 합류한다. 두 사람은 지난 몇년간 오리온 농구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이 상대 빅맨들을 수비, 골밑 약세를 최소화하면서 공격에서 포워드 농구를 극대화했다.
그러나 이승현과 장재석이 떠난 뒤 골밑에서 빅맨을 수비할 선수가 없다. 최진수 등 몇몇 장신자들이 있지만, 정통빅맨도 아니다. 결국 오리온도 확실한 외국인 빅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선수들 중에서 당장 걸출한 빅맨을 뽑기가 쉽지 않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로 풀리는 오세근을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애런 헤인즈와의 재계약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헤인즈와 재계약하면 오리온은 외국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서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신장이 크고 힘, 테크닉을 갖춘 정통빅맨들은 대부분 1라운드 초~중반에 지명된다. 근본적으로 헤인즈와의 재계약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오리온에는 나이가 적지 않은 선수가 즐비하다. 불혹을 넘긴 문태종을 비롯, 김도수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 김동욱도 FA 자격을 얻었다. 이 선수들의 거취에 따라서도 팀 컬러가 전체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아직 3년 계약이 남은 추일승 감독과 오리온 프런트가 장기적인 시각으로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오리온이 추구했던 장신포워드 농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4강 플레이오프서 한계도 맛봤다. 이제는 변화의 기로에 섰다.
[오리온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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