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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라틀리프를 잘 막아보겠다."
KGC 데이비드 사이먼은 KGC, 동부, SK를 거치며 역대 KBL 상위권의 외국인 빅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실하면서, 묵직한 골밑 플레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사이먼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체력이다. 과거 KBL에서 뛸 때 시즌 초반과 중반, 중반과 막판 사이먼의 체력 사이클에는 확연한 격차가 있었다. 고스란히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농구관계자들은 "좋은 빅맨이지만, 체력이 약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에는 2% 부족하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사이먼은 올 시즌 KGC서 과거 평가를 180도 뒤집어놨다. 언젠가부터 체력이 약하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KGC의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괴물같은 활약으로 팀을 5년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서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를 만난다.
사이먼의 괴물모드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일단 김승기 감독의 배려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 "예전에 있었던 팀들은 사이먼에게 40분 내내 골밑에 들어가서 공격하고 수비하기를 원했다고 하더라. 그러면 체력이 남아나지 않는다. 난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승기 감독은 사이먼에게 최대한 자율을 보장했다. 외곽공격을 마음껏 하라고 했다. 대신 로 포스트에서 수비와 리바운드를 착실히 해주고, 승부처 혹은 상대 매치업에 따라 골밑 공격이 반드시 필요할 때만 해달라고 했다.
포스트업은 치열한 몸싸움이 동반된다. 자연히 체력이 크게 소모된다. 그러나 외곽 공격은 타이밍을 잘 잡고 공간만 마련되면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를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무기다.
사이먼은 올 시즌 미드레인지슛 비중을 크게 높였다. 심지어 3점슛까지 시도했다. 자연스럽게 체력을 안배하는 효과가 있었다. 기복을 줄이고 시즌 막판, 4강 플레이오프까지 맹활약한 1차적인 원동력이다.
사이먼도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를 어렸을 때부터 병행해왔다. 그게 내 스타일과 맞는다"라고 말했다. 상대 빅맨을 외곽으로 끌어내면서 오세근이나 사익스, 이정현의 공격 공간을 마련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
물론 사이먼이 외곽공격의 비중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오세근의 존재감이 결정적이다. 정통센터 오세근은 골밑에서 리바운드는 물론, 하이-로 게임을 능숙하게 전개한다. 사이먼으로선 외곽에서 체력을 비축하면서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사이먼의 외곽 공격과 오세근과의 하이-로 게임 같은 연계플레이가 날카로워졌다.
결국 사이먼은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대폭발했다. 모비스는 이종현이 오세근을 맡으면서 네이트 밀러나 허버트 힐이 사이먼을 막아야 했다. 밀러는 사이먼보다 높이가 낮고, 힐은 사이먼보다 느렸다.
그리고 사이먼의 미드레인지 공격은 모비스의 트랩을 괴멸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모비스로선 극간적인 외곽 더블팀은 자칫 이정현, 사익스, 오세근 등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의 득점력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비스는 사이먼의 외곽 공격을 알면서도 제어하지 못했다.
또 하나는 사이먼의 비 시즌 노력이다. 그는 "여름에 슈팅연습을 많이 했다. 시즌 중에도 틈 만 나면 슛 연습을 했다. 감독이 배려했고, 감독을 믿고 슛을 더 과감하게 시도했다"라고 했다. 이어 "슛 자체가 바뀐 건 없다. 다만, 3점이란 새로운 롤을 소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라고 털어놨다.
즉, 사이먼의 3점슛은 순전히 노력의 산물이다. 오세근이 버틴 KGC로선 사이먼이 외곽으로 길게 나가면 공간 활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사이먼이 3점슛을 던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 감독이 일찌감치 롤을 부여했고, 사이먼은 시즌 내내 부단히 노력해 자신만의 신무기로 다듬었다.
마지막 관전포인트. 사이먼의 괴물모드가 챔피언결정전서도 지속될까. 이제 라틀리프와의 마지막 승부가 남았다. 라틀리프 역시 힘이 좋고 골밑 장악능력이 대단하다. 전자랜드, 오리온을 상대로 10경기를 치르면서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사이먼은 "라틀리프는 속공이 위협적이다. 3년동안 상대해봤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인지 서로 잘 안다. 잘 막아보겠다"라고 말했다.
[사이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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