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낀다. 기다린다. 그래도 잘 나간다.
13승4패로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하는 KIA.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위닝시리즈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좋은 페이스다. 중요한 건 김기태 감독이 무리수를 둬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 시즌 KIA 전력은 막강하다. 김기태 감독이 부임 후 지난 두 시즌 동안 리빌딩 작업을 펼쳤다. 그리고 FA 최형우 영입과 안치홍-김선빈의 복귀로 주전과 백업을 오갈 수 있는 자원이 늘어났다. SK와의 4대4트레이드로 즉시전력감 이명기, 김민식, 미래를 보고 키울 수 있는 최정민, 노관현을 확보했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이 선수들을 무리하게 활용하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전력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 속에 기량을 발휘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승패 흑자 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KIA 승리를 이끈 선수 대부분은 "감독님이 믿어줬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빼놓지 않는다.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내면서 어느 순간에 총력전을 펼치지 않아도 된다. 선수들을 무리하게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선순환이다. KIA로선 좋은 성적보다도 팀에 선순환이 자리잡은 게 더 큰 수확이다.
다른 팀들도 아픈 선수들을 무리하게 쓰는 무리수를 던지지는 않는다. 이제 4월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성적이 나쁘면 어느 시점에선 총력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선 그 어느 팀보다도 승수를 착실히 쌓는 KIA가 유리하다.
지금은 투타 사이클이 최상에 가깝지만,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반드시 위기는 찾아온다. 김기태 감독도 2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1년에 수십번은 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기 때문에 위기에서 힘을 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사실 1군에서 얼굴이 보여야 하는데 자취를 감춘 선수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베테랑 이범호는 개막 이후 단 2경기만 뛰고 허벅지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물론 이범호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철저히 몸을 만드는 이범호가 시즌 중반 건강한 몸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면 혹시 팀이 위기에 빠질 때 큰 힘이 될 수 있다.
안치홍도 늑골 부상으로 개막 후 5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철저히 몸 상태를 관리한 안치홍은 시즌 초반부터 타격 페이스가 좋다. 주로 5~6번 타순에 배치, 이범호의 공백을 메워낸다.
트레이드 이후 맹타를 휘두른 이명기도 19~20일 수원 kt전에 결장했다. 18일 생애 첫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치는 과정에서 허벅지 근육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큰 부상이 아니지만, 이명기 대신 외야수로 나설 수 있는 김주찬, 신종길 등이 있다. 이명기 공백 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건강한 몸으로 LG와의 주말 원정 3연전서 팀에 기여할 수 있다.
마운드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19일 선발 등판 예정이던 헥터 노에시의 등판일을 20일로 하루 늦췄다. 헥터가 시즌 초반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하루 정도 쉴 시간을 더 줬다. 대신 2군에서 꾸준히 선발로 준비한 고효준을 활용했다. 고효준은 4⅔이닝 3실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헥터에게 휴식을 주면서 5선발 대안도 마련했다. 하루를 더 쉰 헥터는 20일 경기서 7이닝 2실점으로 kt 타선을 압도했다.
여전히 불펜이 다른 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빡빡하게 운용된다. 그러나 타선과 선발진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여유 있게, 무리수 없이 운용 가능하다. 그렇게 해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자연스럽게 개개인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보내면서, 좋은 결과를 낸다. 팀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KIA가 강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인내와 투자의 결실이다.
[KIA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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