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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맞잡은 두 손이 뜨겁다. 뜨거운만큼 굳건하다. 굳건한만큼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연대가 역사를 전진시킨다. 어깨를 걸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갈 때 우리네 삶이 바뀐다. ‘런던 프라이드’를 보는 것은 정부의 탄압에 맞서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사회적 약자의 삶을 응원하는 일이다.
1984년, 영국 마가렛 대처 수상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발하며 탄광 노조가 장기 파업에 돌입한다. 동성애자 마크(벤 슈네처)는 LGSM(파업 광부를 지원하는 게이 레즈비언 단체)을 결성해 친구들과 함께 광부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인다. 노조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후원에 난색을 보이자 마크와 친구들은 직접 웨일즈를 찾아간다.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런던 프라이드’는 서로 이질적인 두 집단이(당시 탄광 노조는 남성 중심적이고, 성 소수자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연대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변혁을 일으키는지를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고전적인 로맨틱 코미디처럼,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양측이 우여곡절 끝에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 시종 흥미롭게 전개된다.
마을회관에서 동성애자들이 디스코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자 마을 주민들이 ‘빵과 장미’를 부르며 화답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이 영화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순수한 연대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타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함께 어우러지는 우정과 화합의 위대함을 찬양한다.
외지의 동성애자 수용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탄광 노조 내부의 갈등과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인한 왜곡의 위기 속에서도 광부와 동성애자들이 대의를 위해 싸운다는 신념으로 밀고 나가는 과정은 전율에 가까운 울림을 전한다.
커밍아웃을 앞둔 조(조지 맥케이)와 16년전 커밍아웃으로 어머니와 소원해진 게딘(앤드류 스캇)을 나란히 등장시켜 그들의 미래에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암시하는 이야기 작법도 인상적이다.
노조 내부의 반대파 위협에 굴하지 않고 동성애자들과의 연대를 지킨 이멜다 스턴톤(해피나 역), 빌 나이(클리프 역) 등 영국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는 영화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마지막 장면은 1985년 런던 프라이드 퍼레이드(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행진)로 끝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퍼레이드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탄광 노조를 도왔던 LGSM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성 소수자의 인권은 1985년부터 조금씩 발전했다. 결국 영국은 동성결혼 합헌국이 됐다.
당신이 먼저 손을 내밀면 상대방은 어깨를 내준다.
그렇게 역사는 발전한다.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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