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김옥빈, 韓 넘어 칸 압도할 여전사 변신 (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김옥빈이 영화 '악녀'로 역대급 연기 변신에 나섰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는 영화 '악녀'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정병길 감독과 출연배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이 참석했다.

'악녀'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이다.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김옥빈은 "지난 2009년 영화 '박쥐' 이후 8년여 만에 칸 영화제에 간다. 당시 22살이었는데 어려서 칸 영화제가 그렇게 대단한 영화제인 줄 몰랐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그 뒤로 8년이 흘렀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악녀'의 초청 소식에 너무 놀랐다. 칸에 있는 4박 5일 동안 잠을 자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고 기뻐했다.

신하균은 다리 부상으로 안타깝게 함께하지 못한다. 앞서 지난달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촬영 도중 오른쪽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바 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때 칸 진출 소식을 접했다"라며 "아쉽지만 부상으로 인해 칸에는 못 가게 됐다"고 전했다.

'악녀'에선 김옥빈의 강렬한 연기 변신을 기대해도 좋다. 그는 킬러 숙희로 분한다.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인물.

김옥빈은 "숙희는 천성이 악한 인물은 아니다.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녀가 된 인물이다. 숙희가 주체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그래서 악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복잡한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독기로 가득 차, 날이 선 액션 연기를 펼친다. 그는 "액션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때문에 영화계에선 여배우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맡기기에 망설이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라며 "그래서 내가 잘 해내지 않으면 더는 여성이 주체가 되는 액션 영화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여배우도 부상 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사명감을 드러냈다.

특히 김옥빈은 총 71회차 중 61회차, 촬영 대부분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실제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로서 고난도 액션을 선보였다는 후문.

김옥빈은 "영화용 액션과 실제 무술은 다르다. 3개월 동안 액션을 갈고 닦는 시간이 필요했다"라며 "연습 시간도 많지 않고 모두가 다치지 않아야 하기에 더 독하게 연습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겨울에 비 맞는 신을 촬영하는데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김옥빈은 "몸은 고달팠지만 즐겁게 촬영했다"고 얘기했다. 정병길 감독 역시 "나의 부족한 연출을 연기 잘하는 배우분들이 채워주셨다.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신하균은 숙희를 킬러로 길러낸 중상 역할을 맡았다. 그는 "킬러를 키워낸 킬러 역할을 연기했다. 내가 숙희보다 더 고수다"고 재치 넘치는 입담을 뽐냈다.

김옥빈과는 '박쥐', '고지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호흡이다. 김옥빈은 "연기할 때 신하균 선배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내가 생각할 땐 우리 호흡이 좋아서 자주 마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하균은 "김옥빈과의 호흡이 반가웠다. 옥빈이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잘 맞춰줘야 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서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라서 재밌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네 번째 연기 가능성도 열었다. 김옥빈은 "선배와 주로 서로를 죽이는 관계를 형성했었다. '악녀' 역시 칼을 든다"라며 "다음 번에는 부드럽고 편안한,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로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서형은 국가 비밀조직의 간부 권숙 캐릭터를 연기한다. 숙희를 스카우트해 임무를 지시하는 인물이다.

성준은 숙희의 곁을 맴도는 의문의 남자 현수로 등장한다. 그는 "많이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역할이라서 의외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며 "모든 배우가 죽을 힘을 다해 찍었다. 꼭 그 짜릿함을 관객분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녀'는 6월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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