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두산 좌완투수 장원준은 리그 최정상급 커맨드와 경기운영능력, 좋은 내구성으로 승부하는 선발투수다. 두산이 2014시즌 후 장원준에게 지불했던 84억원은 약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역대 투수FA 최고의 투자로 꼽힌다.
장원준은 올 시즌 초반 좋지 않았다. 5일 잠실 LG전 패전으로 4경기 연속 무승과 함께 평균자책점이 4.15까지 올라갔다. 초반 6경기서 퀄리티스타트는 2회에 불과했다. 타선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11일 잠실 SK전서 롯데 시절이던 2010년 4월 15일 목동 넥센전 이후 2583일만에 생애 두 번째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직전 2경기서 사사구를 10개나 허용했던 모습과 180도 달랐다. 장원준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였다.
장원준은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뭐가 잘 안 됐는지, 왜 그랬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잘 하는 다른 투수들의 투구를 보면서 참고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장원준의 결론은 제구였다. 그는 "지난 2경기서 사사구 10개를 내줬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라고 했다. 야수들이 공격에서 응집력이 떨어지고, 수비 실수를 하면서 도움을 받지 못한 것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장원준은 "내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야수들도 집중력이 떨어졌다"라고 진단했다.
투수도 타자처럼 업&다운 사이클이 있다. 투구밸런스가 한 시즌 내내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원준은 사사구를 줄이는데 집중하면서, 평소와 다름 없는 철저한 준비로 최상의 밸런스를 회복했다. 그는 "유독 밸런스가 좋아 공을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안타를 맞더라도 사사구를 줄여 투구수를 최소화하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최상의 밸런스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구속도 평소보다 조금 더 나왔다. 포수 양의지는 "워낙 구위가 좋아서 공격적으로 승부했다"라고 했다. SK 타자들도 볼카운트 승부를 길게 끌고 가면 불리하다는 걸 인식, 공격적으로 대응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장원준이 9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투구수는 단 95개였다.
생애 두 번째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감을 잡았다. 장원준은 "지난 2년간 공을 많이 던졌다. 올해는 WBC까지 다녀왔다. 몸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딱히 비법은 없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주는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한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두산 판타스틱4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마이클 보우덴이 어깨통증으로 이탈, 지금도 완전하지 않다. 그래도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이 건재하다. 장원준마저 감을 잡으면서 두산도 반등의 계기를 잡았다. SK전 무사사구 완봉승은 의미 있는 결과였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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