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원래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 건데…"
kt 김진욱 감독은 시즌에 앞서 “경기에 지더라도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통상적으로 하이파이브는 승리에 대한 ‘기쁨의 표시’다. 다른 구단들도 모두 승리 시에만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그러나 이른바 '소통의 야구'를 표방한 김 감독은 “졌다고 하이파이브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수고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건 이기든 지든 항상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이를 이행했다. 경기서 패해도 선수단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괜찮다. 수고했다. 내일 또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막상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선수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패배에도 웃으면서 자신들을 독려하는 감독의 모습에 죄송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지난 4월 kt 주장 박경수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감독님 얼굴을 못 쳐다보겠다”라고 웃으며 “물론 선수들이 심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패할 때 화도 나고 자책도 하게 되는데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부끄러운 적이 많았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김 감독은 선수단의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 주장 박경수와의 면담을 통해 지난 주말 대전 한화전부터 ‘패배 후 하이파이브’를 그만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라고 웃으며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 건데 오히려 부담을 주게 됐다. 내 뜻이 맞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선수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선수들의 마음이 편해진 효과일까. kt는 공교롭게도 ‘패배 후 하이파이브’를 중단한 이후부터 KIA, NC 등 상위권 팀에 연속으로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단독 7위까지 도약했다. 탄탄한 마운드 아래 그 간 침묵했던 타선이 터지며 시즌 초반의 경기력을 되찾았다.
김 감독은 부임 초부터 선수단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를 ‘소통과 힐링의 시간’으로 보냈는가 하면, 취임식 직후에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선수들과 일일이 첫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선수와 감독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김 감독의 소통의 야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주장 박경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김진욱 감독(첫 번째), kt 선수들(두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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