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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신소원 기자] '옥자'의 플롯, 간단하다. 강원도 산골에 살게 된 뉴욕 태생 거대돼지를 구출하기 위한 소녀 미자의 이야기.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봉준호 감독 특유의 그냥 지나치면 안될 디테일한 장면들이 존재한다.
19일(현지시각) 오전, 전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옥자'의 프레스 스크리닝이 진행됐다. '옥자'는 제7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 중 하나로, 전세계의 많은 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금의환향을 바라는 '옥자'의 뚜껑이 드디어 열렸다. '옥자'는 거대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수장 미란도(틸다 스윈튼)의 등장으로 시작되는데, 회사의 방향성과 이로 인해 거대돼지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된다. 들으면 현혹될 수 있는 내용이다. 앞서 예고편에서도 공개됐던 "이 동물은 축산업계의 혁명"이라고 소리치는 미란도에게 저절로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속속 맞는 말들만 한다.
그 이면으로 어른들의 이기심과 생태계 파괴가 중반부터 등장한다. 강원도 산골에 옥자를 키우게 해놓고 10년 간 보호가 아닌 관리, 감시를 하면서 살아가는 문도(윤제문)와 옥자를 매몰차게 팔아버리는 할아버지 희봉(변희봉)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문도는 자신의 할 일을, 희봉은 돼지보다 중요한 피붙이 미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정당한 태도다.
거대돼지 옥자의 산골 속 모습은 천방지축 귀여운 어린아이다. 미자(안서현)는 한 시도 옥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고, 홍시를 씻어서 먹여주는 등 그의 엄마가 돼준다. 그의 엄마가 칠레에 있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는 미자이지만, 실상은 뉴욕의 한복판 연구소에서 태어났다. 미자는 옥자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고, 둘은 10년째 동고동락하며 살을 부비고 살아간다.
극 초반부가 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웃음이 절로 나는 둘의 다정한 모습을 그린다면, 중반부는 10년 인큐베이팅을 한 옥자를 식육으로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 안에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다소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불편할 수 있는 장면들과 함께, 동물해방전선이라 부르는 환경단체들의 모습은 밝고 희망차게 그려진다.
루시 미란도와 대척점을 이루는 폴 다노(제이)는 동물해방전선의 수장으로 레드(릴리 콜린스), K(스티븐 연) 등과 함께 옥자 수호에 힘쓴다. 이들이 등장할 때 같이 나오는 꽃가루나, 무지개 우산 등은 영화의 전체적 색채가 어둡지만은 않도록 해준다.
결국 봉준호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이중적인 시선인 것처럼, 미란도 기업과 동물해방전선의 모습은 극명히 갈린다. 분노하며 해결책을 찾는 미란도와 달리 동물해방전선의 멤버들은 각자 자신이 할 일을 나누고 미자를 안심시키며 자신들의 소명을 다한다.
'옥자'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친근한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해 뉴욕의 한복판까지, 옥자를 찾기 위한 미자의 긴 여정이 빠르게 흘러간다. 영화를 본다면, 극장을 벗어나 고기를 먹을 때 한 번쯤 옥자와 같은 동물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울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말하는 작품이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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