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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신소원 기자] '그 후'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불륜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자, 그를 이용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22일(현지시각) 오전 프랑스 칸 Bazin 극장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 후'의 프레스 스크리닝이 열렸다. '그 후'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김새벽과 권해효가 올해 초 한국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그 외에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지만 이날 칸 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다.
권해효는 출판사 대표로 등장, 책이 켜켜이 쌓여있는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한다. 만취한 저녁 한 여자와 손을 맞잡고 지하실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뜨거운 포옹을 한다. 창숙(김새벽)은 출판사 직원이자 그가 사랑하는 여자로, 이미 결혼을 한 그에게는 불륜녀다.
'불륜'을 전면에 내세운 '그 후'다. 하지만 김민희의 쓰임새는 억울하게 오해를 받는 여자로 등장한다. 첫 출근에 하필 불륜녀로 오해를 받게 되고, 그의 아내(조윤희)에게 "너네들이 더러운 짓한 거 모를 줄 알아?"라며 뺨을 여러 차례 맞는다.
비겁함과 뻔뻔함, 그리고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후'다. 이 일이 있기 전 아름(김민희)과 대표는 실체를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 "왜 사느냐"라고 묻는 아름에게 "실체를 느끼냐. 그것도 마음이 지어낸 허상인지 어떻게 아느냐. 알지도 못하는 허상때문에 믿음을 거부하는건 아니지 않냐"라고 말한다.
아름은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 죽어도 좋다고 말한다. 또 모든게 다 괜찮다고 느낀다며, 그의 이름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고 전한다.
김민희는 억울한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제3자의 관점이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다"라고 그의 아내에게 소리치고 "사장님과 그 ??가 너무 많은 잘못을 한 것 같아요!"라고 그에게 말한다.
가장 기이한 대사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이런 악마들!"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그의 아내에게 그는 "교회도 안다니면서 우리보고 악마란다"라고 말한다. 아름은 "하나님 뜻대로 되옵소서"라며 자신이 믿는 하나님에게 기도를 한다.
극 중 그의 마지막은 꽤나 의외다. 실제와 가상을 오가는 대사들로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펼쳐진 러닝타임 동안, 결국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영화 속에서 찾아내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 됐다.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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