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이정재 "'대립군' 존재, 나도 몰랐다…고증 흥미롭게 풀어내"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이정재가 지난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대립군'에서 숨겨진 역사를 조명한다.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발판이 된 X레이 작전을 이끈 故 임병래 중위·홍시욱 하사의 숭고한 희생을 알린 바 있다.

이번엔 역사 속 이름 없는 영웅들,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친다. 조선 시대 험준한 국경에서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렀던 민초들을 최초로 다룬 것. 1592년 임진왜란 발발 당시 광해와 함께 왜군에 맞선 의병의 시발점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풀어냈다.

대립군은 이정재에게도 생소한 존재였다. "처음 듣는 단어"라고 밝혔을 정도. 그럼에도 그 어렵다는 사극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목이 한글로만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도대체 누구랑 대립한다는 것이지?' 하는 의문을 가졌어요(웃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대본을 읽었는데 조선 시대에 당면한 과제를 흥미롭게 잘 풀어냈더라고요. 특히 이 짤막한 고증을 이용해서 현실에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요. 시나리오화가 잘 됐어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혹은 같이 고민해야 하는, 개선해나가야 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짚어보게 합니다."

이정재는 극 중 대립군 수장 토우 역할을 연기했다. 본인보다도 동료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캐릭터다.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와 참혹한 전쟁을 헤쳐나가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상적인 리더상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대립군'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주제는 광해가 굉장히 어리고 나약한, 겁 많은 리더이긴 하지만 백성이 그에게서 좋은 왕이 될 수도 있겠다는 본성을 발견하고 힘께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에요. 시대적인 요구가 반영된 작품이죠."

이처럼 이정재는 '관상' '암살' 등 때로는 악역을 자처해서라도 작품으로 말하는 배우다. 소신 있는 작품 행보, 진정성 담긴 열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직접 성향을 밝히는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물론, 마음 속에는 종교, 정치 문제 등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좋아하는 게 분명 있죠. 하지만 이게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스스로 작품의 폭을 자르게 되는 것이니까요.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판단해야지 스스로 얘기하는 건 1차원 적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데 굳이 제가 또 말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전 웬만하면 발언을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정재의 또 한 번의 새로운 연기 도전은 오는 31일 베일을 벗는다. 현재 흥행 돌풍 중인 '캐리비안의 해적5', 같은 시기 개봉하는 '원더 우먼' '미이라'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에 맞서야 하는 상황. 이정재는 주연배우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캐리비안의 해적5'에 '원더우먼'까지 신경이 많이 쓰이죠. 사실 요즘에 영화하는 입장으로서 더욱 흥행 여부에 부담을 느껴요. 워낙 제작비가 많이 투입이 되니까요. 과거엔 아무리 제작비가 커도 60억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올랐고 단 일주일 만에 승패가 갈려요. 하지만 해봐야죠. 그리고 저희에겐 여진구 님이 있잖아요(웃음)."

[사진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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