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시국이 혼란스러워졌을 무렵, 배우 김무열은 전국팔도를 돌며 영화 '대립군' 촬영에 한창이었다. 이에 광화문에서 못 밝힌 촛불을 촬영장에서 혼신의 열연으로 뜻을 함께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비통한 심경, 이를 달래주는 작품 '대립군'(代立軍)을 완성했다. 영화는 숨겨진 역사를 재조명하며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다는 내용을 그린다. 김무열은 극 중 요즘의 흙수저로 대변되는 대립군 곡수 역할을 연기했다.
"곡수는 나라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에요. 흙수저를 대변하는 인물이라서 다채로워요. 욱하고 나서는 성격에 세상과 타협을 하기도 하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 가요. 제가 전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매일이 고비인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또 노망든 어머니를 모셔야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생존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어요."
현재와 맞닿은 이야기에 그 어느 때보다 역할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깊은 감정이 요구되는 신에선 절로 눈물이 쏟아져 정윤철 감독이 말릴 정도였다.
"곡수의 감정을 확 드러내는 장면들이 몇 개 있었는데 촬영이 시작되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독님이 너무 우는 거 아니냐고 터지기 전에 컷을 외치기도 했어요. 평소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숙소에서 한재영 등 동료 배우들과 노래를 듣다가 부둥켜안고 오열하기도 했네요.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툭 건드리면 울음이 나올 것 같은 상황이었죠. 아마 모두가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난해 11월 19일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엔 현장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신을 만들었는데, 곡수의 울부짖음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장면이다.
"촛불집회 때 곡수가 광해에게 탄원하는 신을 찍었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죠. 그런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이어 그는 자신의 민요에 맞춰 광해가 춤사위를 펼치는 신을 언급하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고난 속 왕과 백성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에서 느끼는 바가 컸다고 한다.
"광해가 백성에게 해줄 것이 없어서 춤으로라도 화답하려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다른 스태프들도 크게 감동한 모습이었죠. 정말 '대립군'은 촬영 내내 동시대와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어요. 그러기가 참 쉽지 않은데 신기했죠."
"'대립군'은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저희 영화는 결국 희망에 대해서 말하는 작품입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찾아가자는 것이죠. 그동안 힘들게 지내왔던 삶들에 대한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지만 평가는 오롯이 관객분들의 몫이기에 꽃을 주셔도, 칼을 꽂아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진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