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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여진구가 영화 '대립군'(代立軍)에서 광해군으로 변신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화정' 차승원에 이은 연기로 부담감이 있었을 법한 데, 그는 당차게 자신만의 광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초기, 광해가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 분조(分朝)를 이끌게 되면서 점차 성장하는 과정을 열연했다. 기존 작품을 참고하는 대신 자신의 아역 시절을 떠올리면서 연기, 세자의 고뇌를 심도 있게 표현했다.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처음에는 막막함이 컸어요. 정윤철 감독님께 기존 작품들을 보는 것에 대해 여쭤보기도 했는데, '대립군'은 광해군의 세자 시절을 그리기 때문에 마땅히 참고할 작품도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 감독님이 뜬금없이 제 아역 시절 연기가 편하고 좋았다면서 그렇게 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제 연기를 보면서 역할에 대해 연구했어요."
여진구는 당시 자신의 연기에 대해 "멋 모르고 순수했다"고 평했다. 그는 "그때 선배님들이 지나가는 말로 '지금 이 모습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줬었다. 당시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알 것 같더라. 멋 모르고 순수하게 연기하더라. 현재는 캐릭터에 대해 연구도 하고 욕심도 생기고, 연기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다보니까 달라졌다. 마냥 연기가 좋았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지만 돌아갈 수 없어 슬프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삼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다. 극 중 광해가 대립군 수장 토우(이정재)를 만나 변화한 것처럼 여진구도 '대립군'을 촬영하면서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대립군'에선 처음으로 제가 뭘 안 하려고 했어요. '캐릭터를 한 번 만들어보자'는 각오였죠. 준비를 많이 하기 했지만 사용하지 않으려 했어요. 현장에서 부딪혀서 느낀 감정들로 연기했죠. 배우분들을 보면서 최대한 느끼려고 애를 썼어요. 광해를 바라보는 대립군, 백성들 그 눈빛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와 몰입할 수 있었답니다. 정말 모두들 교감이 이뤄질 정도로 절 바라봐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고 감사드려요."
이러니 '여진구 표 광해', 기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립군과 광해의 험난한 여정을 실감 나게 담기 위해 전국 팔도를 돌며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음에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열연을 펼쳤다.
"'대립군'은 그동안 제가 했던 작품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는 건 맞아요. 단연 최고였죠. 하하. 하지만 희한하게도 캐릭터에 몰입도 가장 잘 됐죠. 현장에서 패기 있게 선배님들에게 다가가 묻기도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리고 매일 산속에서 촬영을 하다보니까 날로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끝으로 여진구는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살면서 공허할 때가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대립군'을 보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소감을 남겼다.
[사진 =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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