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제겐 1군 무대가 메이저리그입니다."
김동욱(29, kt 위즈)은 최근 kt 위즈에서 가장 방망이가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이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퓨처스리그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22경기 타율 .405 5홈런의 맹타를 휘둘렀고,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의 방출로 인해 5월 19일 마침내 1군 콜업의 기회를 잡았다.
2군에서의 절박함은 고스란히 1군 성적으로 이어졌다. 현재(13일 오전) 기록은 20경기 타율 .342(73타수 25안타) 4홈런 10타점 출루율 .347 장타율 .589. 1군 등록 이후 약 한 달간 클린업트리오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침체됐던 팀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실제로 kt는 김동욱의 가세 이후 팀 타격 지표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김동욱은 “요즘 야구 하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하다. 그저 과하지 않게 평소의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동욱은 지난 2007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당시 이름은 김동명. 그러나 2013시즌까지 1군에 불과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2013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이적 후에도 나아지는 건 없었다. 지난 2시즌 모두 21경기 출장에 그쳤으며 타율도 모두 1할대로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2015년 2군 청백전에선 얼굴에 공을 맞기도 했다. 이랬던 김동욱이 어떻게 3할 타자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선 “지난 2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번엔 나를 알고 노력했다. 이전에는 무작정 열심히만 했다면 이번에는 나에 대해 더욱 깊이 들어가 봤다. ‘내가 어떤 선수고, 내가 어떤 걸 잘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겨울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준비된 김동욱은 2군에서 팀의 수위타자로 활약하며 1군 콜업을 호시탐탐 노렸다. 그리고 마침내 5월 19일 김진욱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언젠가 한 번쯤은 기회가 반드시 올 것으로 생각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기회를 받았을 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 그런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정말 달랐다. 최근 2년 동안은 1군에 올라올 때마다 너무 떨리고 긴장이 많이 됐다. 준비가 안 됐던 결과였다”라며 “이번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못하면 다시 2군으로 내려가면 된다는 편한 생각도 가졌다. 그만큼 준비가 됐던 것 같다. 즐기면서 올라왔다”라고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욱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개명이다. 김동명으로 30년 가까운 인생을 보낸 그는 지난 시즌 종료 후 개명을 통해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김동욱은 “나는 부인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최근 활약을) 다 개명 효과라고 한다”라고 웃으며 “난 야구를 잘 할 수 있으면 모든 걸 다 바꿀 자신이 있었다. 개명해서 잘하는 선수들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름을 바꿔서 잘하는 것 보다는 그만큼 그 선수들이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고 나도 그랬다”라고 절박함을 설명했다.
김동욱은 이어 “개명 후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주민등록증을 새로 받았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 전환에는 최고였다”라고 여담을 전하기도 했다.
김동욱은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목표는 사치”라는 대답을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사실은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그제야 개인 목표를 세우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냥 매 타석, 매 경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1군이라는 곳은 정말 큰 무대다. 물론 메이저리그까지 노리는 선수들도 있지만 내게는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의 자리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끝으로 “최근 안타를 못 치거나 수비 실수를 하면 잠깐 침울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나 복에 겨운 고민이다. 나는 항상 이런 스트레스조차도 바래왔다. 야구하는 게 즐겁다”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동욱의 절박함이 마침내 꽃을 피우고 있다.
[김동욱. 사진 = kt 위즈,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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