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의미 되새기다"…'박열', 화려한 볼거리 없어도 봐야 하는 이유 (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박열' 이준익 감독과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진정성으로 승부했다. 스케일이 크지 않아도, 화려한 볼거리가 없어도 뜨거운 감동과 여운을 안겼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영화 '박열'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과 출연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했다.

'박열'은 이준익 감독이 지난해 영화 '동주'에 이어 독립운동가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열 열사를 조명,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다.

이준익 감독은 확고한 신념을 품고 '박열'을 만들었다. 그는 "최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찍기 위해 적은 예산으로 '박열'을 찍는 게 나의 목표였다"라며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찍을 수도 있겠지만 실존 인물의 진심을 전달하는데 화려한 볼거리는 방해된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조건으로 찍어야지만 이들의 진정성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현대사의 실존인물을 다루는 건 너무나 조심스럽고 위험한 일이다. 지나치게 미화해서도, 폄하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그 선을 지키는 게 가장 힘들다. 후손들이 다 살아계시지 않느냐.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왜곡과 날조를 배제하면서 성실하게 찍으려 애썼다"라고 털어놨다.

이준익 감독은 "단순히 실존인물의 활약만 보여주는 건 예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극을 만들 땐 인물의 시각을 통해 당 시대를 보여줘야 한다. 그분의 세계관, 가치를 향해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묵직한 메시지를 위트 있게 전달한 이준익 감독. 그는 "역사극은 엄숙하고 심각한 패턴이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하지만 박열이라는 주인공이 갖고 잇는 세계관에서 보면은 일본의 제국주의는 하찮은 것이라는 호기가 있다. 그걸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을 한다. 내가 천황을 죽이려 했다고 자백하고 재판을 주도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특유의 해학과 익살을 넣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밝고 유쾌하게 그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제훈은 실존인물 박열 열사로 분했다. 파격적인 비주얼 변화까지 감행, 역대급 연기 변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가진 연기력을 표출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영화의 가치에 대해 먼저 생각했다. 우리 영화의 본질, 그 시대 박열이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가에 대한 집중이 컸다. 그래서 모자르고 넘치지 않게 나를 잡는 게 하나의 목표였다. 매 신마다 신중하게 연기했다. '박열'의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는 데 집중했다"라고 얘기했다.

이제훈은 "부끄럽지만 나도 박열 열사에 대해 잘 몰랐다"라며 "우리가 어떻게 이 시대에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몰랐던 인물을 통해 돌아보고 박열 열사 같은 분이 있기 때문에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영화의 흥행을 떠나서 '박열'은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며 "박열이라는 인물 말고도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위대하신 위인들이 다시 한 번 재조명받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기억되고 그 정신이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털어놨다.

최희서는 "'동주'는 윤동주라는 굉장히 유명한 시인이 있었기에 많은 분들이 호기심을 갖고 먼저 다가와주셨지만 박열은 많은 분들이 모른다. '왜 봐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정면으로 일제에 맞섰던 박열이 있었고, 조선과 박열을 사랑한 일본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면 한다는 것이다. '박열'이라는 영화가 없었다면 모르고 그냥 지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꼭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이준익 감독은 "'박열'은 반일 영화가 아니다"라며 "어느 시대나 부당한 권력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젊은이가 있었고, 그의 뜨거운 함성이라고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열'은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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