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최창환 기자]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2000이닝은 자부심을 갖게 되더라. 그러고 보면 송진우 선배는 정말 대단한 기록을 세우신 것이다.”
한화 이글스 베테랑투수 배영수가 통산 2000이닝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배영수 이전에는 KBO리그 역사상 5명만 달성했던 기록이다.
배영수는 지난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통산 2000이닝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999⅓이닝을 기록 중이던 배영수는 1회말 이대형-이진영을 범타 처리하며 일찌감치 2000이닝을 채웠다.
다만, 5회초 제구 난조를 보이며 4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7실점(7자책),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다. 배영수는 한화가 15-14로 승, 패전투수는 면할 수 있었다.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2000이닝은 자부심을 갖게 되더라”라고 소감을 전한 배영수는 “그러고 보면 송진우 선배는 정말 대단한 기록을 세우신 것이다. (장)원준이(두산)가 그 기록을 깨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송진우(전 한화)는 3003이닝으로 이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O리그서 3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는 송진우가 유일하다.
-2000이닝 달성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투구내용이 안 좋아 아쉬운 경기였다. 타자들이 잘해준 덕분에 팀이 이길 수 있었다. 15-14라는 점수도 오랜만에 본 것 같다. 프로생활을 하며 유독 이상한 일을 많이 겪었는데, 어제도 그랬다. (이)진영이 형 기록(2000경기, 2000안타)도 맞물려서 유독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2000이닝을 달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미지가 부상이 잦았던 선수로 각인됐는데, 사실 팔꿈치만 2번 다치며 2시즌을 쉬었다. 물론 2시즌 자리를 비웠던 게 나에겐 큰 영향을 끼쳤다. 직구만으로 싸우다가 변화구로 승부를 하게 됐고, 이제는 타이밍싸움도 한다. 여러 일을 겪어왔는데,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진영과 나란히 대기록을 세워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진영이 형도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2000경기-2000안타에 도전할 수 있는 후배가 몇 명이나 되겠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하셔서 대기록을 세운 것 같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야구를 하며 이상한 일을 많이 겪었다. 통산 120승도 공 120개로 했다. 희한한 야구인생이다(웃음).”
-2000이닝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록이 될 것 같다.
“그렇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2000이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100승 달성할 때도 좋았지만, 2000이닝이 더 의미 깊다. 지금까지 버텨준 몸에 고맙다. 그러고 보면 송진우 선배님은 정말 대단한 기록을 세우신 것이다. 원준이가 송진우 선배 기록에 도전할만한 투수 같다. 기록을 새로 써줬으면 한다.”
-앞으로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개인 기록은 전혀 욕심 없다. 최근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을 세운 (김)태균이의 한 마디도 멋있게 느껴졌다. 부상으로 못 나올 때 ‘기록은 상관없으니 대타라도 나가고 싶다’라고 얘기했었다. 나는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장민재, 이태양 등 팀 내 젊은 투수들이 시즌 150이닝을 목표로 하고 있다던데, 투수에게 많은 이닝은 어떤 의미인지?
“내가 후배들에게 엄하게 대하는 편이라 미안하지만, 느끼는 부분이 있었으면 한다. 힘들겠지만, 책임감을 갖고 훈련에 임했으면 한다. 150이닝이 아니라 200이닝도 던질 능력이 있는 투수들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가 데뷔하던 시절에 비하면 환경도 굉장히 좋아졌다. 환경이 좋아진 만큼 투수들의 성적도 좋아져야 하는데 ‘타고투저’ 때문에…. 언젠가 한국에도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처럼 멋진 선수가 나왔으면 한다.”
-배영수가 정의하는 ‘멋진 선수’란?
“오래 선수생활을 하는 게 멋진 선수 아닐까. 40살까지 선수생활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 속에 버텼다는 것이고,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핑계 없이 대하고, 책임을 지는 것도 멋진 선수라 생각한다.”
[배영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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