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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커브로 흥한 류현진이 결국 커브에 당했다.
류현진(LA 다저스)은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7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프리웨이 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87개.
기본적으로 류현진은 구속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비롯해 커브 및 커터를 활용,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으며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쌓아 왔다. 직구 구속이 시속 140km 후반 대에 머물러 있지만 변화구와 함께 어우러져 150km 이상의 체감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올 시즌 변화구의 전반적인 제구 저하로 인해 고전을 겪고 있었다.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직구 위주의 승부가 펼쳐졌고, 직구 구위마저도 수술 후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해 장타 허용률이 높았다. 올 시즌 13경기서 맞은 피홈런이 무려 14개에 달한다는 부분이 이를 입증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이날 패턴은 달랐다. 체인지업, 커터, 커브의 화려한 제구가 5회까지 7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이끌어냈다. 1회 삼진 2개로 첫 삼자범퇴로 만들었는데 체인지업과 커브가 범타 유도의 원동력이었다. 2회부터도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변화구의 제구가 살아나니 직구에도 자연스레 에인절스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지 못했다. 5회까지 팔색조의 변화구와 직구의 조화 속에 투구수도 72개로 조절했다. 최대 7회까지의 호투가 예상됐다.
그러나 6회부터 급격히 힘이 떨어졌다. 선두타자 콜 칼훈에게도 앞서 던졌던 커브로 카운트를 잡으려 했지만 이는 우측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인정 2루타로 연결됐다. 제구가 높게 형성된 결과였다.
일단 알버트 푸홀스와 유넬 에스코바를 삼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으나 안드렐튼 시몬스에게 또다시 높은 커브에 좌월 선제 투런포를 헌납했다. 경기 초반 완급조절을 만들어냈던 커브가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류현진은 6회 2사 1, 2루서 시즌 7패 위기에 몰린 채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커브에 흥했지만 결국 커브에 무릎을 꿇은 한판이었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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