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데뷔 이후 다중인격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처음이예요.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배우 김재범은 창작뮤지컬 ‘인터뷰’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매혹됐다. ‘인터뷰’는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소년이 10년 후 죄책감으로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2001년 런던의 작은 사무실, 추리소설 <인형의 죽음>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유진 킴’에게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 고든’이 찾아온다. 두 사람의 면접 인터뷰는 극이 진행됨에 따라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한 숨 막히는 심리 싸움으로 변한다. 흩어진 파편처럼 조각나있는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 순간 관객은 잔인한 진실과 마주하고, 누가 살인범인가보다 왜 살인했는가‘에 집중하며 극에 빠져든다.
김재범은 싱클레어 고든 역을 맡아 무대 위에서 다섯 명의 캐릭터를 오가며 극의 긴장과 밀도를 높인다.
“허세가 많은 양아치 지미, 상처 받은 아이이자 고통 받는 역할인 우디, 이란성 쌍둥이, 그리고 최종보스 노네임을 연기해요. 다섯 명을 연기하니까 쾌감이 더 있어요.”
다섯 명을 연기하며서 호흡 조절의 중요성을 배웠다. 끊었다가 다시 살리는 작업이 중요했다. 이름 외우는 것도 애를 먹었다. 사건을 설명할 때 주변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외국인 이름이라 쉽지 않았다. 헷갈리지 않고 정확하게 발음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한다.
“올해만 세 편의 뮤지컬을 하고 있거든요. 쉴까도 생각했는데, ‘인터뷰’가 너무 좋은 거예요. 놓치고 싶지 않았아요.”
실제 이 작품은 국내 초연 이후, 교토, 도쿄, 뉴욕 등 3개 도시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어로 쓴 뮤지컬이 영어로 번안돼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추정화 연출은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의 잔혹함을 심미적으로 표현하며,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한 편의 '잔혹 동화'와 같은 공연을 만들었다. 캐릭터의 심리 변화와 내면의 고통을 세밀하게 표현한 추정화의 연출력은 허수현 음악감독의 감각적인 음악과 만나 더욱 강력해진다는 평이다.
“저는 소극장 공연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 점에서 ‘인터뷰’는 제게 딱 맞는 공연이예요. 관객의 작은 숨소리를 들으며 연기하면 제 몰입도도 높아지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한국예술종학학교 연극원에서 기초를 배웠다. 학창시절엔 연극만 했다. 당시엔 뮤지컬 과목이 없었다. 서양가창, 뮤지컬 워크숍 정도만 있었다. 발성과 호흡을 배우는 수준이었다.
친구 최재웅이 뮤지컬배우가 되겠다며 대학로로 떠났다. 호기심에‘지하철 1호선’을 봤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곧바로 오디션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때가 2004년이었다.
“처음엔 노래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노래방에서 부르는 수준에 불과했는데, 무대에 올라가니 실력이 드러났죠.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내가 뭘 했다고 포기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전문적인 레슨 받으며 꾸준히 노력했죠.”
그는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5월 개봉한 ‘마차타고 고래고래’로 데뷔전을 치렀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멤버였던 네 친구가 어른이 되어 밴드를 재결성한 후, 어린 시절 꿈꿨던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신나는 청춘 버스킹 영화였다. 그는 밴드 1번 국도의 베이시스트 병태 역을 맡아 자신의 형 호빈(조한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동생이자, 1번 국도 멤버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발벗고 중재에 나서는 막내 멤버로 극의 활력소 역할을 소화했다.
“어렸을 때 영화배우가 큰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뤘어요. 앞으로 좀더 중요한 비중의 배역을 맡아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8월 20일까지 대학로 TOM 1관.
[사진 제공 = SM]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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