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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포커스] "불사조도 버거워"…이효리의 못다 한 이야기 '블랙'

시간2017-07-05 06:52:59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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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가수 이효리가 '블랙'으로 허심탄회한 속내를 전했다.

이효리는 4일 오후 카카오TV에서 정규 6집 '블랙'(BLACK)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정규 5집 '모노크롬'(MONOCHROME) 이후 4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보였다.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그러나 이효리는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초연한 자세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6집은 예전만큼 큰 인기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앨범이다"라며 "1위 못해도 괜찮냐고 물으시는데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다. 결과는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부분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도현 작곡가와 의기투합해 앨범을 완성했다. 이효리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불안감에 더 좋은 분의 곡과 가사를 받아볼까 고민하고 흔들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도현이가 '네가 해봐' 다독여주고 원동력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김도현 작곡가는 "효리에게 이렇게 얘기해놓고 시작했었다. 자기 이야기를 하자고. 남의 곡을 안 받아서 잠을 못 자더라도 너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효리가 제주도에서 거주하고 있어 작업 속도가 더디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 호흡은 척척 맞았다.

김도현 작곡가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앨범을 만들었다"라며 "죽이 잘 맞았다고 우리끼리 자신했던 앨범이다"라고 얘기했다.

이효리는 "일이 빨리 진행되지 않아 서로 답답하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효리는 6집의 탄생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노래를 만들 당시 우리나라가 암울한 시기였다. 그래서 어두운 분위기의 곡을 많이 쓰게 됐다. 원래는 이보다 더 암울했다. 그나마 밝은 곡을 추려서 담은 것이다"라며 "도현이가 아니었다면 어둠 속에 묻히는 앨범이 됐을 거다. 중간을 지키게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타이틀곡 '블랙'은 영화 '로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김도현 작곡가는 "마침 영화 '로건'이 개봉됐을 때였다. 불사의 몸인데 늙어서 힘이 없어진 채 황량한 사막에서 주유를 하는 장면이 이효리의 느낌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더라. 여자 슈퍼 히어로인데 나이가 들어서 오기만 남은 느낌 말이다"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이효리는 "나도 왕성하게 활동할 때에는 불사조 같았다. 아무리 안 좋은 악플을 받아도 또 살아나고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약간 버겁다. 불사조도 나이를 먹는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3번 트랙 '화이트 스네이크'(White snake)는 유력한 타이틀곡 후보였다고. 이효리는 "나와 김도현 작곡가의 최애(최고 애정) 노래다. 타이틀곡 후보였는데 소속사에서 대중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해서 선정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가사를 쓰면서 제일 좋았던 게 화이트 스네이크는 절대 보호색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하얀 뱀은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비굴하게 숨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보자 해서 가사를 쓰게 됐다. 내가 요즘 빠져 있는 인도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쁘다'엔 20대의 이효리를 담았다. 이효리는 "'예쁘다'는 막판까지 가사 때문에 고생한 노래다. 그런 내게 김도현이 '20대의 너를 써라'라고 조언했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집에 가서 그렇게 생각하고 쓰니 술술 가사가 나오더라. 어렵게 거창하게 쓰기 보다는 내 마음을 쓰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라고 밝혔다.

'비야 내려'는 초스피드로 완성된 노래다. 이효리와 김도현 작곡가는 "최상의 케미를 보인 곡이 아닐까 싶다"라며 "시간을 많이 들여야 잘 나오는 노래가 있는 반면, 이렇게 쉽게 툭 나오는 곡도 있더라"라고 얘기했다.

이효리는 "곡 작업을 위해 서울에 도착해 김도현을 만나러 가는 길에 가사가 떠올랐다. 홀로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내리는 비를 바라 보다가 갑자기 서정적인 글이 생각났다. 나이 탓인지 비를 보면 마음이 센치(sentimental)해진다. 도현이에게 이걸 노래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김도현 작곡가는 "글을 받고 이효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피아노로 멜로디를 완성했다. 5분도 안 걸렸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너무 빨리 멜로디가 나와서 나중에 지인을 모두 불러 확인 작업을 하기도 했다. 어디서 들어본 노래 같냐고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적이 피처링을 맡은 '다이아몬드'는 녹음이 쉽지 않았다. 이효리는 "'다이아몬드'가 어두운 노래인데 곡에 따라 녹음할 때 분위기도 심적으로도 다운됐다. 곡을 대하는 태도가 무거웠다. 진솔하게 감정 표현을 해야 해서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화려한 멜로디에 감싸는 게 아닌 오롯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목소리를 내야 했다. 뭔가를 첨가해선 안 되는 노래였다.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적 오빠가 도와줘서 잘 완성됐다"라고 전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카카오TV 화면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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