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복(송강호)은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 1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즉석에서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떠난다. 광주는 군인이 총칼을 휘두르며 시민에게 총을 발포하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피터가 기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만섭은 11살 딸이 걱정돼 다시 서울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죄없는 시민들이 군인의 총칼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핸들을 돌린다.
1980년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타전한 독일기자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가슴 먹먹한 슬픔과 한줄기 희망의 울림을 뜨겁게 담아낸 작품이다. ‘택시운전사’는 시대의 아픔을 아로새기고, 인간의 사랑을 감싸안으며, 진실의 약속을 굳게 다짐한다.
영화는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터널을 통과하는 만섭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먹고 사는 일에만 충실했던 그 시대 아버지가 시대의 어둠 속으로 들어갈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딸 하나를 정성껏 키우고자 하는 평범한 택시운전사 만섭의 일상을 소소하고 유머스럽게 그리며 시작한 영화는 광주의 군인이 본격적인 학살을 자행하는 중반 이후부터 긴장의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촬영 테이프를 뺏으려는 사복경찰과 이를 지켜내려는 피터와 만섭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극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텐션을 유지한다. 실제 크기로 재현한 광주의 금남로를 비롯해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이 생생하게 촬영한 디테일로 극의 리얼리티를 높인점도 돋보인다.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피터 역의 토마스 크레취만, 정 많은 광주 택시 운전사 황태술 역의 유해진, 꿈 많은 대학생 구재식 역의 류준열 등의 열연도 극에 잘 녹아들었다.
장훈 감독은 이질적인 두 사람이 갈등을 빚다가 인간애로 교감하는 스토리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의형제’에선 북에서 버림받은 남파 간첩(강동원)과 한물간 전직 국정원 직원(송강호)의 이야기를 다뤘고, ‘고지전’에선 목숨을 걸고 고지를 뺏고 빼앗아야했던 남과 북의 군인에 초점을 맞췄다. ‘택시운전사’에선 언어와 국적이 다른 한국 택시운전사와 독일 기자가 멱살을 잡고 싸우는 갈등의 순간부터 서로 의기투합해 진실을 알리기까지 소통의 벽을 극복하는 과정을 시종 뭉클하게 그렸다.
‘택시운전사’는 결국 송강호의 영화다. 그는 토마스 크레취만과 최적의 호흡을 이루며 소시민이 비극의 현장에서 맞닥뜨려야했던 아픔과 슬픔을 온 몸으로 받아냈다. 독일기자, 광주시민과의 따뜻한 인간애를 그가 아니라면 누가 연기할 수 있겠는가.
송강호는 한국 근현대사를 증언하는 시대의 얼굴이다.
[사진 제공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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