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극명한 희비극이다. 뮤지컬 '시라노'가 전하는 희극과 비극은 확실히 감성을 자극한다.
뮤지컬 '시라노'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의 소재가 된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1897)'이 원작이다. 시라노와 록산, 크리스티앙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시라노'의 특징은 1막과 2막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는 것.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희비극의 재미를 더욱 극명하게 만든다. 1막은 밝고 화려하지만 2막은 다소 어둡고 씁쓸하다.
1막은 대체적으로 웅장하고 밝게 꾸려진 만큼 오프닝부터 화려하다. 시작부터 앙상블의 기본적인 실력이 입증되고, 이후 등장하는 시라노와 주요 인물들 역시 극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물론 가창력으로 귀를 먼저 사로잡는다.
주인공 시라노는 문학적 재능을 가진 인물. 시인답게 수려한 말솜씨와 센스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후에는 외모가 그의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말과 글로 계속 적을 만들 정도로 당차지만 크고 못생긴 코 때문에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 설정이 시라노의 기세와 반대되는 아픔을 이중적으로 그린다.
이후 시라노는 록산을 사랑하지만 콤플렉스 때문에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쉽게 하지 못하고, 결국 사랑의 바보가 된다. 록산이 사랑하는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주게 되는 것. 이 때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된다.
시라노는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응원하면서도 록산을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여기에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을 견제하며 록산의 마음을 얻으려는 드기슈까지 가세해 복잡한 이들의 사랑이 더욱 뒤엉켜 버린다.
시라노의 무기는 사랑을 속삭이는 감성. 그의 유쾌함과 달콤한 감성이 1막에서 빛났다면 2막에서는 그로 인한 아픔과 좌절감이 그려진다. 전쟁터 배경이 이를 더욱 처절하게 만들고, 이야기는 더 큰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1막과 2막에서 시라노의 감성은 극명하게 차이나고, 이는 관객들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1막과 2막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총 170분의 공연 시간은 지루하지 않다. 작정하고 웃기려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적재적소 유머와 엉뚱함을 장치로 넣은 1막과 휘몰아치는 감정과 상황이 부각되는 2막이 주는 매력이 확실히 다르다.
배우들의 가창력 또한 긴 공연 시간을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꽉 채운다. 특히 홍광호의 성량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빛나며 오랜만에 무대에 선 최현주의 러블리한 매력과 가창력도 변함없다. 서경수, 이창용을 비롯 앙상블의 가창력은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의 완성도를 높인다.
음악적 부분이 풍성하게 채워지는 동시에 무대 배경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라노의 감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디테일한 요소들이 큰 무대를 채운다.
다만 불필요한 장면의 조율은 필요해 보인다. 이야기 및 볼거리는 170분의 공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지만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희비극의 극명한 감성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뮤지컬 '시라노'. 공연시간 170분. 오는 10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사진 = 알지, CJ E&M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