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송강호는 한국 근현대사의 얼굴이다. ‘YMCA야구단’ ‘밀정’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의 일제시대에 이어 ‘효자동 이발사’의 유신시대, ‘변호인’‘살인의 추억’의 80년대를 관통했다. 그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충무로 감독들은 한국사의 비극을 다루는데 송강호를 소환했다. 송강호가 아니라면 근현대사 배경의 한국영화 영토가 메말랐을 것이다. 그가 이제 ‘택시운전사’를 통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12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기술시사회때 처음 영화를 봤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시대상황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어요. 무고한 시민들이 많이 희생됐으니까요. 그 사실에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 시절에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아픈 비극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을 지향하는 영화입니다. ‘사람의 도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손님을 사지에 두고 떠나지 못하는 김만섭 같은 수많은 분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사회가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요.”
장훈 감독과는 ‘의형제’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의형제’가 남파간첩(강동원)과 한물간 국정원 직원(송강호)의 이야기라면, ‘택시운전사’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평범한 소시민과 진실을 보도하려는 독일기자의 동행을 다룬다. 두 영화는 극과 극의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으며 갈등을 겪다 이해하고 화해하는 테마가 깔려 있다.
“그걸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을 한거죠.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잖아요. 장훈 감독이 굉장히 점잖고 진지한 분입니다. ‘의형제’ 때와 달라지지 않았더라고요. 저는 ‘변호인’ 때와 비슷했어요. 마음의 부담감이 컸죠. ‘부끄럽지 않은 연기로 광주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변호인’ ‘사도’ ‘밀정’에 이어 실존인물 또는 실존인물에 바탕을 둔 영화에 출연했다. 1980년 피터를 태우고 광주에 들어간 택시운전사의 이름은 김사복 씨이다. 제작진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러나 결국 찾지 못했다.
“그 이름은 아마 가명일 거예요. 그런 결론이 나왔어요. 택시협회에서도 당시에 그런 이름 가진 분이 없다고 하고, 동명이인 분들은 자신이 아니라고 하고. 생존해 계신다면 현재 아흔살이 됐을텐데….”
그는 짠한 마음을 드러냈다. 피터 기자와 김사복 씨가 ‘택시운전사’를 본다면, 송강호처럼 함께 눈물을 훌렸을 것이다.
[사진 제공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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