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역시 이승엽은 박수 받는 야구인이다.
2017년 7월 야구인들, 야구 팬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삼성 이승엽이 존경 및 선망 받는 야구인 1~2위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두산 최주환은 "이승엽 선배와 처음으로 악수를 했다. 잘 하고 있다는 칭찬, 잘하라는 격려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왜 스타들에게 따라붙는 그 흔한 안티팬조차 없을까. 기본적으로 야구를 정말 잘 했다. 한국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슈퍼스타다. 현역 마지막 시즌인 올 시즌에도 잘 한다. 실력 하나만으로도 존경 받을만하다.
그리고 인성, 사생활 관리, 팬 사랑 실천, 매너 등에서도 흠잡을 게 없다. 언제나 겸손하다. 23년째 프로생활을 하면서 야구 외적으로 잡음이나 논란을 일으킨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완벽한 자기관리능력이다.
심지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서 자신뿐 아니라 삼성, 나아가 KBO리그의 장래까지 생각한다. 발언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야구 종사자들은 이승엽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승엽은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자신의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른다. 자신의 첫 올스타전이었던 1997년과 마지막 올스타전을 대구에서 치른다. 그는 "내일은 팀배팅보다 홈런스윙"이라며 홈런을 예고했다.
KBO가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삼성이 서울 원정을 왔을 때 KBO 마케팅팀이 직접 이승엽에게 찾아가 각종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정중히 사양했다. 이승엽을 앞세운 행사는 두 아들과의 시구-시타-시포, 단독 팬사인회 정도다.
이승엽은 "그 정도면 됐다.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사인회 시간을 늘려달라고 했는데 의견을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올스타전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한국야구의 축제다. 내 마지막 올스타전이라고 해서 나만 부각되는 건 옳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이제 프로야구의 중심이 젊은 선수들에게로 넘어가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들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반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프로야구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았다. 모든 선수가 죄송한 마음을 갖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라고 사과했다.
특유의 겸손한 발언이자 KBO리그의 장래를 생각한 발언이었다. 최주환의 말처럼 평소 다른 팀 후배들에게도 덕담을 아끼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후배들을 자극하는 선배 노릇도 제대로 했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큰 형으로서 후배들의 일탈도 대신 사과했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왜 그렇게 한국야구에 대한 걱정뿐일까. 그는 "나도 어릴 때 이만수 선배, 박철순 선배가 우상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제 내가 누군가에게 우상이 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해야 할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이승엽은 "최주환이 내 얘기를 했다는 걸 들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 그럴 때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내일 주환이와 같은 덕아웃을 쓰게 될텐데 고맙다고 전해야겠다"라고 했다.
이승엽이 인터뷰실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이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다.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 바른 모습, 모범이 되는 모습, 어린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올스타에 뽑혔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는 자신이다. 23년간 한결같이 보여줬던 그 모습이다. 이승엽의 언행은 최근 수년간 많은 사건사고로 어수선한 한국야구의 축복이다. 그가 많은 야구인에게 박수 받는 이유다. 그리고 이승엽같은 선수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게 한국야구의 숙제다.
[이승엽. 사진 = 대구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