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올해 KBO 올스타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예정인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의 마지막 올스타전은 이승엽과 함께 올스타로 나서는 선수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올스타 선수들도 이승엽의 마지막 순간을 기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승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선수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역시 남는 것은 사진이라지만 동료 선수들의 기념촬영 요청은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일은 아니다.
"9년 만에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나왔다"는 배영수(한화)는 올스타전에서 운명적으로 이승엽과 재회할 수 있었다. 배영수는 삼성 시절 함께했던 구자욱, 이지영, 그리고 넥센의 마무리투수 김상수와 함께 이승엽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롯데의 신흥 에이스로 떠오른 박세웅, 두산 내야진의 새 활력소 최주환, KIA 공수겸장 2루수 안치홍도 이승엽 앞에서는 팬과 다름 없었다.
기나긴 백업 생활을 털고 마침내 주전으로 도약한 최주환은 두산 팬들에게 "저를 대구로 보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이번 올스타전 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승엽 선배님과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드림 올스타 덕아웃에서 보인 최주환은 '싱글벙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스로 "소원을 다 이뤘다"고 말할 정도였다. 생애 첫 올스타전에서 2루타 2개를 친 것은 물론 이승엽과 기념사진까지 찍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상대팀 덕아웃에서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 홈런 레이스를 앞두고 막간을 이용해 기습 방문한 선수는 바로 안치홍. 안치홍은 경찰청 시절 동기였던 전준우(롯데)와 만나 담소를 나누다 이승엽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촬영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전준우가 '전우애'를 발휘해 기꺼이 사진사로 변신했다. 목적(?)을 달성한 안치홍은 빠르게 나눔 올스타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이런 풍경은 이승엽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퇴를 예고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은퇴를 예고하지 않았다면 마지막 올스타전이란 의미도 부여하지 못했을 것이고 올스타 선수들의 사진 촬영 요청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은퇴를 예고한 선수가 이승엽이라는 점이다. 동시대에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한국야구 사상 최고의 거포타자가 바로 이승엽이다.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의 '팬심'까지 자극한 것은 '역시 이승엽'이란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 이승엽과 사진 촬영을 하는 올스타 선수들]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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