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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배우가 역할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이는 희열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안기기도 한다. 배우 동하 역시 현재 희열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극본 권기영 연출 박선호, 이하 '수트너')가 종영된 뒤에도 정현수 역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그도 그럴것이 극중 동하가 연기한 정현수는 살인자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그것도 연쇄 살인마. 섬뜩한 모습으로 살인을 정당화했다. 과거 사랑하는 여자가 집단 강간 피해를 받고, 자신은 방관자가 됐다는 충격에 살인자가 된 사연이 있었지만 살인자는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캐릭터기에 인물 몰입에 어려움을 느꼈다.
동하는 정현수의 입장에서 속내를 전했다. "내(정현수)가 살인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피해를 입었는데 그 피의자들은 멀쩡히 잘 먹고 잘 사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죽이러 다녔다"며 "근데 검사 무리들이 방해를 하지 않았나. 죽여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러면 너무 귀찮아지고 복잡해지니까 참고 행동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다시 동하로 돌아왔다.
"정현수는 싸이코패스는 아니에요. 소시오패스에 가깝죠. 정현수는 인간 관계에 있어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가질지 알거든요. 또 직업이 있다는 것도 어쨌든 사회 생활을 할 줄 아는 정상적인 개념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알게 해주죠. 하지만 자기 감정상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사람을 죽인다는 극단적인 판단을 하니까 소시오패스죠. 나름대로 정답을 내리고 연기를 했어요. 소시오패스지만 자기가 그런지 모른다는 거죠."
자기가 잘못됐다는 걸 모르는 소시오패스라는 정답을 내리니 연기는 더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 배우로서 몰입하게 됐고, 이는 더 극대화된 연기로 나타났다.
그는 "극 중 노지욱(지창욱)한테 '난 지금 옳은 일을 하는 거다. 모르겠어요?' 물어보고 '왜 모르냐. 난 당당하다. 당연한거고 난 그럴만 했다. 이제 좀 알겠냐'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을 할 때 난 진짜였다. 진짜로 난 당당했다. 동하도 당당했고, 정현수도 당당했다"고 밝혔다.
"인물을 표현했을 때 진심이었어요. 근데 그게 사실 말이 안 되는거잖아요. 그래서 작품 끝나고 지금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집단에게 말도 안되는 상처를 입고 목숨을 잃었다는 건 말도 안되는 상처가 될 거예요. 정신적인 충격도 받고. 똑같이 갚아주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않잖아요. 범죄 행위니까. 근데 정현수는 실행에 옮긴 사람이고 그걸 합리화시키고 정당화시키니까."
동하는 가짜로 연기하면 시청자들을 속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정현수가 되어 진짜를 이야기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진짜 정현수가 됐고 진심으로 이야기 했다. "정현수의 사고방식을 동하라는 인물도 완전히 합리화시켜야 했다"고 고백했다.
"눈을 감고 계속해서 이입을 하려고 했어요. 내 인생에서 예를 들어 생각했죠.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살인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초반까지도 잘 안돼서 어려웠는데 '나도 복수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쯤 드라마에 몰입하기 시작했어요. 끝난 지금은 일주일도 안 돼서 힘들죠. 다시 빠져 나와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는데 이게 항상 고통인 것 같아요."
동하는 아직 정현수에게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노력이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하지 못하는 지금 상태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말다툼을 할 것 같기도 하다. 어떤식으로든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는건데 나는 그걸 정당화시키는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에 즐겁게 얘기하는 게 지금은 힘들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인물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짜로 하면 속이 안 풀려요. 사실 악역은 일반 사람들한테 공감을 살 수 있는 역할이 아니잖아요. 악역을 연기하게 됐다는 것에 설레기도 했지만 그건 잠깐이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대본이 주어졌고, 짧지만 시간이 주어졌고, 숙제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몰입했죠.
[MD인터뷰③]에 계속
[동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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