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쌈마이' 송하윤, "인지도·부귀영화 원한 적 없어"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재발견이요? 그런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송하윤 보다 설희, 오월이, 영희 이런 식으로 작품 속 이름으로 남는 게 훨씬 좋은 것 같고요. 제 이름을 모른신다 해도 상관없어요. 극을 위해 한 시간을 써주시는 분들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와주는 역할이 좋은 것 같아요.”

송하윤은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설희 역을 맡아 호연, 데뷔 14년차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았다. 사실 ‘내 딸, 금사월’, ‘스웨덴 세탁소’ 등에서 활약할 때도 재발견이라 칭해졌던 그다. 송하윤은 재발견이라는 말 보다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로 남길 원했고, 이런 평들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꾸준히 자신의 본분에 정진해왔다.

“설희 캐릭터를 하며, 14년 동안 연기를 하며 처음 느꼈어요.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크게 느낀 적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내 딸, 금사월’의 오월이로 살 때 화내거나 웃는 감정 소모 신들이 많았는데, 해가 지는 걸 보거나 할 때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도 들고 외롭거나 공허하기도 했죠. 작품이 끝나면 스트레스나 감정을 치유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설희는 한 번도 저와 분리된 적이 없어요.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 없이, 나와 캐릭터가 분리되지 않고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라고 처음 느꼈죠. 많이 배워야겠구나, 가야 할 길이 많은 배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송하윤의 생각과 달리 ‘쌈, 마이웨이’의 시청자들은 현실을 오롯이 녹여내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내공 깊은 연기에 호평을 아끼지 않으며 배우 송하윤을 뇌리에 각인시켰다. 반면 “연기를 하며 인지도나 부귀영화를 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적은 없다”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그리고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해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급하지 않게 천천히 가고 있어서 ‘터닝 포인트다’ 이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꾸준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 응원까지 받고 있는 건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솔직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꾸준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는 송하윤.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그는 화려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가장 편안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편안한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며 덧대고 꾸미게 되고. 그래서 자꾸 운동화를 신는 역할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설희처럼 꾸미지 않아도, 아무리 못난이처럼 있어도 조명, 촬영 감독님들이 예쁘게 찍어주는 방법을 아시기 때문에 제가 거울을 한 번 더 보고 예쁘게 화장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감정에 솔직하게 대본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14년 동안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솔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샛별로 주목받기도 했고, 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극과 극을 오갔던 그의 연기 인생. 송하윤은 지난 14년 동안 “힘들었던 순간은 매번 너무 많았다”고 털어놨다.

“어떠한 인생을 사는 거니까 그 인생을 하나씩 끝낼 때마다 성향이나 성격이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너무 많은 걸 경험하지 못해 철없던 순간, 어색하고 붕 떠 있는, 낯가림의 순간이 있었는데 나름 1년에 한두 작품씩 하면서 그런 인생들을 통해 많은 뭔가를 쌓아뒀어요. 20대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힘들면 ‘힘들어’라고 말로 했는데 지금은 달라요. ‘힘들어’라고 하는 순간 힘들더라고요. ‘재미있어’, ‘행복해’라고 하면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말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좋은 감정과 기운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먼저 깨끗하고 좋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하윤은 배우로서 “일한다기 보다는 잘 살고 싶다”고 밝혔다. 잘 사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제가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의 제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잘 하고, 잘 살고 싶은 생각이 커요. 이제는 제가 저한테 만들어 놓은 숙제들을 풀어야 할 시간이에요. 다음 작품을 급히 만나기보다는 설희로 살면서 제가 만들어 놓은 숙제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가며 다음의 저를 준비해 다음 작품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오월이 때는 감정을 많이 써 하나를 주워 담고 반성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설희로 살면서는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일단 마음을 잘 추스르고 하나하나 풀어가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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