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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쉴 새 없이 웃었다. 배꼽도 잡았다. 근래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코미디와 액션을 이토록 훌륭하게 조화시킨 영화는 없었다. 스릴러와 사극, 또는 시대물로 운동장이 기울어졌던 충무로에 장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강력한 코믹액션물이 등장했다.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은 유난히 뜨거운 올 여름의 무더위에 코미디와 액션의 시원한 원투펀치를 날린다.
의욕만 충만한 경찰대생 기준(박서준)과 이론만 뛰어난 희열(강하늘)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외출을 나갔다 우연히 여성 납치 사건을 목격한다. 납치 이후 7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운 이들은 직접 발로 뛰는 수사에 나선다. 인신매매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고 납치된 여성을 구출하려하지만,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한계와 부족한 체력을 절감한다. 선배 경찰의 도움을 얻어 범죄집단의 은신처를 파악한 기준과 희열은 퇴학의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에 뛰어든다.
‘청년경찰’의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캐릭터 조합이다. 시험문제에 엉뚱한 답을 써내지만 옳은 일을 위해서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기준과 어수룩 하지만 똑똑한 두뇌로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는 희열이 두려움에 떨면서도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을 시종 경쾌한 리듬감에 실어 나른다.
“걘 원래 노안이잖아”라고 말하며 미소짓는 희열과 경찰을 놀리는 비속어를 외치며 도망가는 기준의 대사 대부분은 그 자체로 다연발 웃음폭탄이다. 이 영화의 대사는 곧 그 자체로 코미디다.
무엇보다 ‘청년경찰’은 열정과 패기가 폭죽처럼 터진다. 불타오르는 정의감부터 경찰의 사명의식에 이르기까지 20대 초반의 청춘이 발산할 수 있는 신선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초반부 엉성하던 액션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제법 각이 잡히고 타격감 높은 액션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이 영화의 액션은 곧 두 젊은이의 성장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코미디와 액션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출중한 능력을 뽐낸다. 자짓 무거워질 수 있는 대목에서도 슬쩍 유머를 끼워넣어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
‘청년경찰’은 ‘군함도’ ‘택시운전사’, 그리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각축을 벌이는 여름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폭발력을 지녔다.
벌써부터 ‘청년경찰2’가 보고 싶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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