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유준상과 왕용범연출이 다시 만났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삼총사', '로빈훗' 등으로 이미 최강의 호흡을 선보인 두 사람인 만큼 뮤지컬 '벤허' 속 호흡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뮤지컬 '벤허'는 루 월러스(Lew Wallace)가 1880년 발표한 베스트 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담은 창작 뮤지컬. 극중 유준상은 귀족 가문의 자제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기구한 운명을 지닌 유다 벤허 역을 맡았다.
유준상은 "왕용범연출과 작품을 많이 했는데 첫 작품이 '삼총사'"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아직 그에 대한 신뢰가 지금만큼 견고하지 않았을 첫 만남. 유준상은 직접 동선을 보여주는 왕연출을 의심했다.
"난 의심이 많다. 연출자가 그렇게 해줬지만 나 혼자 연습실에 남아서 대본을 들고 동선을 다 해봤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왕연출이 그어준 동선을 따라가 봤다"며 "당시엔 배우들이 동선을 짜는 시스템이 익숙했기 때문에 연출이 모든 동선을 다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 작업이 처음이라 혼자 남아 동선을 다 돌아 봤는데 나였어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더라고요. 그 때 '이 사람은 내가 무조건 믿어야겠다', '뭘 시키면 다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대사를 빨리 외워오라는 말에 3일만에 죽어라 외워갔죠. 바로 연습이 들어갈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새벽까지 드라마 촬영하고도 집에 가서 엄청 외웠어요."
유준상은 어느 정도 왕용범 연출에게 익숙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 온 후배들은 왕연출의 방식에 당황할 거라는걸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직접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해라'라고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이렇게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저는 왕연출 스타일을 알고 있죠. 하지만 힘든건 똑같아요. 그런 과정들 속에서 같이 의견을 수렴하고 준비해 나가죠. 왕연출이 이렇게 하라고 했을 때 내가 구현해내는 사람인데 서로 생각하는 모습이 일치됐을 때 희열감이 생겨요. 그런 일치감을 주기 위해 실제 무대에서 하는 것처럼 쏟아내면서 연습하죠. 그게 배우들끼리도 자극이 되고요.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 아닌 다른 연출의 '벤허'였어도 출연했겠냐고 묻자 "고민했겠죠"라고 바로 답했다. "안 해본 연출가와 그냥 작품만 좋다고 하진 않는다. 여러가지를 본다. 나도 까다롭다"고 털어놨다.
"'벤허'는 이미 몇년 전부터 하자고 했던 작품이에요. 항상 같이 작품할 때 다음 작품 얘기를 또 하세요. '벤허'는 '프랑켄슈타인' 할 때 같이 하고싶다고 하셨죠. 그게 벌써 몇년 전인데 오랫동안 준비해서 실현시키더라고요. 빈말을 하지 않죠. 믿을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생기면서 '왕용범연출은 허투루 말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했죠."
왕용범 연출을 믿는 만큼 기대도 크다. "왕용범 연출만의 구성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왕용범 연출이 그동안 정말 많은 작품 통해 실험하면서 본인 스스로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좋은 것이었고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습득하는 것 같다"며 "나는 그런 게 너무 좋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뭔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보고 시행착오를 겪어서 어떤 작품을 탄생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왕용범 연출은 본인 스스로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하고 해요. 그만큼 고민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거죠. '벤허'도 그래요. 책의 분량도 그렇고 사실 워낙에 명작이지만 이 명작을 어떻게 해석하고 각색하냐는 것도 정말 엄청난 힘이거든요. 왕용범 연출이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만든 만큼 이번에 엄청난 고통을 받은 것 같아요. 이성준 음악감독도 계속 작업을 해왔고. 두 사람 콤비가 창작 뮤지컬을 어떻게 해내는지, 대단하다는 걸 보게 되실 거예요."
한편 뮤지컬 '벤허'는 오는 8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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