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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박성광은 역시 박성광이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최근 원년 멤버들을 구원투수로 대거 투입시켰다. 그 중 한 명이 박성광. 박성광은 ‘미래에서 온 남자’의 MC로 분해 찰진 치고 빠짐을 선보이는가 하면 ‘봉숭아학당’의 혼남 캐릭터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 중이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오래하다가 잠깐 밖에 안 쉬었는데도 처음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웃음) ‘개콘’은 일주일 내내 일이 있으니 1시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었어요.”
박성광이 장난스럽게 전한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 ‘개콘’ 출연진들은 열혈 직장인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항상 비슷한 시간대 출근, 아이디어 회의 등을 하다 밤늦게 퇴근한다. 다른 프로그램을 병행하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힘들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개콘’ 출연진들의 강행군은 이미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일. 그럼에도 박성광은 10년의 ‘개콘’ 생활, 1년여의 짧은 헤어짐 끝에 다시 그 힘든 일에 뛰어 들었다. 왜일까.
“‘개콘’ 측에서 연락이 온 것도 있고,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았어요. 저 뿐 아니라 복귀한 개그맨 모두 고민이 많았죠. 잘 해도 본전, 못하면 내 탓이기도 하고요. 엄청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 친구 (박)영진이가 ‘우리가 하면 얼마만큼 더 하겠냐. 우리가 하고 싶었던 거 지금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하자. 사회가 원했을 때, 일을 줬을 때 하자’고 해서 결심하게 됐어요.”
원년 멤버들이 있던 ‘개콘’과 현재의 ‘개콘’은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객석만 봐도 느낄 수 있다는 게 복귀한 여러 개그맨들의 평. 과거 자리가 모자라 관객들이 복도까지 꽉 메웠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최근 활력을 얻으며 체감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첫 녹화 때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종종 빈 객석도 있었는데 이번 주 녹화는 꽉 찼었죠. 신기하게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원년멤버 복귀 후 평들이 좋아지지 않았나) 그게 노하우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웃기는지 아니까. 저희는 선배들을 통해 배웠고. 그걸 후배들에게 전달을 해주고 나왔어야 했는데 저희가 그러지를 못했던 것 같아요.”
박성광은 최근 ‘개콘’의 부진을 자신들의 탓으로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개콘’에 복귀한 그의 목표도 ‘노하우 전수’다. 자신들이 선배들에게 배웠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다는 것.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니 감사하고 힘도 나지만 후배들이 더 잘 됐으면 해요. 후배들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고 길을 열어주는 게 목표에요. 얼마 전에도 박휘순 씨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죠.”
하지만 ‘개콘’이 진퇴양난에 처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때 ‘개콘’으로 한 주를 마무리하던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고 TV를 보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많다. 여러모로 ‘개콘’에게는 불리한 상황인 셈.
“요즘에는 볼거리도 많아졌고, 시청자들도 ‘개콘’에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솔직히 더 센 코미디도 많이 있잖아요. ‘SNL코리아’, ‘코미디빅리그’도 그렇고요. KBS는 많이 제한적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가족끼리 보기는 좋지만요. 유튜브 같은 곳에도 재미있는 게 많고. 저도 그런 걸 보며 재미있어 하는데, 다른 분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개콘’은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맥을, 그것도 900회가 넘는 시간 동안 이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 자부심으로 살고 있어요”라는 박성광은 ‘개콘’ 뿐 아니라 ‘SNL코리아’, ‘코미디빅리그’ 또한 더욱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개콘’을 쉬는 1년여의 시간 동안 박성광은 영화감독으로도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연극영화과 연출 전공으로 영화에 대한 꿈을 차근차근 키워온 박성광은 지난 2011년 단편영화 ‘욕’ 이후 올해 두 번째 작품인 단편영화 ‘슬프지 않아서 슬픈’을 선보였다. 호평도 뒤따랐다.
“시사회 때 행복했어요. 진짜 하고 싶은 걸 했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금방 갔고, 그래서인지 아쉽기도 하고요.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슬프지 않아서 슬픈’은 오는 10월 열리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된 상태. 올해 초청받게 될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는 셈. “가게 되면 꿈을 이루는 것”이라며 눈을 반짝이는 박성광의 모습에서 새내기 감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계속 개그 무대에 서고 싶어요. 45살까지 개그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에요. (왜 45세까지?) 지금 최고령이 김준호 형인데, 준호 형이 45세거든요. (감독으로서는?) 장편을 목표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목표는 상업 영화예요. 더 열심히 해야죠. (웃음)”
[사진 = SNS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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