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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최창환 기자] “즐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중략)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나중에 내가 수영계를 떠나도 한국 수영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6년 만에 출전한 세계선수권. 결과는 ‘노메달’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건재를 과시한 대회였다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FINA(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마린보이’ 박태환(인천시청, 28)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6월 18일 훈련을 위해 유럽으로 떠난 후 44일만의 귀국이었다.
박태환은 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지만, ‘노메달’로 돌아왔다. 주종목인 자유형 400m(3분44초38)는 4위에 올라 간발의 차로 입상에 실패했고, 자유형 200m(1분47초11)는 8위를 기록했다. 자유형 1,500m에서는 14분59초44를 기록, 8위 세르기 프롤로프(우크라이나)에 0.12초 뒤처져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즐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라고 운을 뗀 박태환은 “후배들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나중에 내가 수영계를 떠나도 한국 수영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선수권을 마친 소감은?
“아쉬움이 많은 대회였다. 400m는 예선을 잘 마쳤는데, 결선에서 생각과 달리 몸이 안 움직였다. 200m 이후 스퍼트를 올리는 시점에서 내가 뒤처졌다. 스퍼트를 못했기 때문에 기록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 중에는 제일 잘 나온 기록이었지만, 세계선수권을 준비한 과정에 비하면 아쉬운 기록이다. 200m는 마음이 무거운 상황이다 보니 연습을 충분히 못한 부분도 있다.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을 못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 아시안게임을 위한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작년보다 좋은 기록이라는데 위안 삼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부분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한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다. 작년과 달리 결선까지 뛰기도 했다. 경험을 쌓았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얻었다.”
-400m에 대한 자신감도 더 쌓았나?
“이번 대회만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는 기록이긴 하다. 메달보단 좋은 기록에 의미를 두고 임했던 대회다.”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도 그랬듯, 세계선수권보단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내가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지, 언제 은퇴할지 정하진 않았다. 다만, 세계선수권이라는 무대를 아쉬워하는 건 메달을 못 땄기 때문이 아니다. 예전처럼 즐기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아쉽다. 2년 뒤에도 세계선수권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과정은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 이전에 열린 로마대회를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기록을 기대했다. 세계선수권은 이번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200m가 끝난 후 아쉬움이 많이 밀려오더라. 그래서 마지막 종목이었던 1,500m에 최선을 다했는데, 결선에 못 올라서 아쉽다. 물론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컨디션을)올리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한다. 아시안게임 또한 준비를 잘하고 싶다.”
-광주 대회(2019 세계선수권)까지 뛰어주길 원하는 팬이 많은데?
“아직 결정한 된 것은 없고, 일단 아시안게임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아시안게임은 4년마다 열리는 대회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앞으로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2016 리우올림픽 이후 많은 대회에 출전해 여유가 없었을 것 같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일정상 여유가 생긴 듯 한데?
“대회가 끝난 후 많은 생각을 했다.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도중 한국에 돌아와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그동안 외국에서의 생활이 길어 여유를 갖진 못했다.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였고, 우리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여기고 있다.”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여자선수들의 성적이 꽤 좋았는데?
“축하해줬다. 안세현 선수는 나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김서영 선수는 결선에서 조금 무거운 모습을 보여 나도 아쉬움이 들었다. 다른 선수들이 결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나 스스로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한국 수영계에서 물러나더라도 후배들이 향후 나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내가 감히 ‘가능성을 봤다’라고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나 없어도 한국 수영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대표팀이 보다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안세현 선수는 나보다 훈련체계가 잘 잡혀있더라. SK에서 훈련을 잘 받고 있어 걱정이 안 된다. 나중에 들었지만, 김세영 선수도 전담팀을 구성해서 대회에 왔다고 들었다. 그 선수들은 잘해서 좋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 환경의 선수들이 더 마음에 걸린다. 같은 국가대표인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연맹이 빨리 안정화돼야 한국 선수들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선에 못 올라가도 좌절하지 말고,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으면 한다. 이를 발판 삼아 아시안게임에서는 연맹이 선수들을 더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한국 수영이 많이 발전했으면 한다.“
-후배들과 얘기도 많이 나눴나?
“그러고 싶었지만, 서로 경기를 치러야 하다 보니 대화를 많이 하진 못했다. 1~2명 정도만 얘기를 했다. 처음 보는 선수들도 있었다. 얼굴이 낯설다 보니 나도 어색한 면이 있었다. 인사는 주고받긴 했다. 앞으로는 좋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박태환. 사진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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