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안재욱의 뮤지컬 '아리랑' 사랑은 상당하다.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그이지만 유독 '아리랑'에는 더 마음이 간다. 초연을 함께 했던 탓도 있지만 우리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간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초연된 뮤지컬 '아리랑'은 천만 독자에게 사랑 받은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 일제 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아름다운 음악과 미니멀리즘한 무대로 담아냈다.
지난 2015년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합류한 안재욱은 최근 '아리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연과 함께 인터뷰, 방송, 라디오까지 지칠법도 하지만 열정 가득한 예쁜 후배들을 보면 직접 발벗고 나섰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운을 뗀 안재욱은 "그래도 후배들이 너무 예쁘다. 극장에 가면 우리 애들이 '쉬는 날 쉬지도 못하고 어떡해요'라면서 내가 홍보하는 걸 알아준다. 그 말이 너무 예쁘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에요. 내가 하는 작품이잖아요. 객석이 채워지든 말든 이런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아리랑'이라는 작품은 그게 더 뜨거운 것 같다. 이왕이면 더 나서서 홍보하고 싶죠. 후배들이 예쁘게 말 해주고 생각해주니 더 힘이 나고요."
안재욱이 이토록 '아리랑'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또 있다. "정권도 상관 없고 2017년이 아니라 2027년이든 2037년이든 언제든 있어야 되는 '아리랑'이다.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왕이면 100%를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이란건 없겠지만 '아리랑' 작업을 했다는 자체에 대해 박수 치고싶고 높게 평가하고 싶다"며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인데 '아리랑'으로 뭔가를 만들고자 시도하는게 좋았다"고 말했다.
"나조차 '내가 어울릴까?', '한복입고 나와야 되나?' 하면서 사투리도 못 읽겠고 그랬어요. 근데 왜 사람들이 '제 옷을 입은냥 에너지가 표출된다'고 하는 걸까 싶었죠. 그건 우리 거니까 그래요. 생각해보니 다른 작품할 때는 외국 사람을 연기했는데 '아리랑'이나 전작 '영웅'은 한국 사람이잖아요. '내가 한국 사람이구나' 하면서 내 연기를 하는 느낌이죠."
물론 이전 작품도 치열하게 임했다. 하지만 확실히 '아리랑'은 마음이 더 편하다. '우리 거니까 잘못하면 안된다'라는 중압감은 그만큼 더 크지만 무대에 서면 '아리랑'이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더 집중한다.
"'아리랑'이 계속 다듬어지고 다듬어지고 다듬어져서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얘기 하기 조심스러운데.. '아리랑'을 보고 스토리 전개가 친절하지 않다는 반응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느껴지는 게 있고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나는게 '아리랑' 아닌가요?"
안재욱은 '아리랑'에 대한 선입견에 아쉬워 했다. 우리의 것임에도 불구 아픈 역사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지루하고 청승맞은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견들이 그를 아프게 했다.
"저도 놀랐어요. 의외로 중장년층 점유율보다 20~30대 관객이 많은데 그렇다면 어떻게 이걸 설명하고 시작을 해야 할까 고민했죠. 사실 한은 바로 우리 얘기에요. 나라마다 역사적인 차이가 있죠. 누군가는 '청승맞게 질질 짜고 뭐하고 뭐하러 해?'라고 하는데 질질 짜자는 얘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우리는 이겨내지 않았냐' 하는 이야기에요."
안재욱은 "오답체크하듯 봐야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웃고 울고 화나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안 보고 그러지 말고 욕을 해도 보고 했으면 좋겠다. 환호를 질러도 좋고 울어도 좋고 웃어도 좋으니 일단 많은 분들이 보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사실 한 일본 팬이 제게 편지를 보냈다. 나 역시 한류라는 타이틀 아래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었는데 고맙게도 그런 부분은 역사 속 이야기이고 소재라는 것을 알아주더라"며 "다만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보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짠하더라. '아리랑'을 한다고 해서 내게 등 돌린 관객 1000명보다 그 한명이 눈물날 정도로 감사하고 소중했다"고 고백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될 사실은 사실이고 인정할건 인정해야 되고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앞으로 더 웃으면서 좋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시도들을 하면서 반성하고 인정할 수 있는 상황들이 계속 형성이 될 때 더 밝은 내일이 있지 않을까요?"
뮤지컬 '아리랑'. 공연시간 160분.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MD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제이블엔터테인먼트,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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