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염정아가 여름 극장가에 유일한 한국 공포물 '장산범'으로 출격, 관객들을 홀린다. 그야말로 원조 스릴러퀸의 귀환이다. 지난 2003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이후 14년여 만에 공포 스릴러 영화로 돌아왔다.
"사실 '장화, 홍련'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해주고 계시다니 신기해요. 원조 스릴러퀸 수식어가 너무 감사하긴 한데 거창한 말씀이에요. 부끄러워요. 그러고 보니 이후엔 한 번도 스릴러물에 출연한 적이 없었네요."
이토록 오랫동안 회자될 만큼 '장화, 홍련'에서 새엄마 역할을 맡아 독보적인 열연을 펼쳤다. 이후 같은 장르물의 시나리오가 쏟아졌지만 염정아의 마음을 붙잡기엔 2% 부족했다. 고심 끝에 고른 첫 작품이 바로 '장산범'이다.
"'장산범' 스토리의 짜임새가 탄탄하다고 느꼈어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공포물이지만 대놓고 놀라게 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모성애가 어우러진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은 게 좋았죠. 엔딩신까지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희연의 감정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장산범'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공포물의 흥행사를 새로 쓴 '숨바꼭질' 허정 감독의 신작인 점도 그렇지만 소재 또한 흥미를 유발한다.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도시 괴담 장산범이라는 소재를 최초로 스크린에서 다뤘다.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염정아의 절절한 모성애 연기가 더해져 공포 그 이상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한다.
극한의 열연을 펼쳤다. 염정아는 극중 자녀를 잃어버린 엄마로서 죄책감과 가슴 저미는 마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미스터리 소녀(신린아)로부터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숲속을 헤매며 고군분투한다. 온몸을 불사르는 연기력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촬영 당시엔 심신이 나약해진 상태였어요. 초반부터 감정선을 쌓고 쌓아서 결말까지 관객들이 희연의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숲속에서 액션 아닌 액션들을 하면서 몸이 긁히기도 많이 긁혔어요(웃음). 근데 망가지는 연기가 차라리 더 편하기도 해요. 막 아무 데나 앉을 수 있거든요. 촬영장에 도착하면 굉장히 끈적거리는 피 분장을 먼저 했던 기억이 나요. 샤워를 싹 하고 갔는데 말이에요. 하하."
또한 염정아는 여름 극장가에서 유일한 여성 원톱으로 활약하기도. 드디어 17일 개봉을 코앞에 둔 소감을 들어봤다.
"여배우로서 어떤 비장한 사명감을 갖고 있진 않아요.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다른 여배우들이 더 많은 작품을 했으면 하는 의미로 '장산범'이 잘됐으면 하는 거에요. 관객분들이 공포만 기대하고 오실까 봐 걱정이 들긴 해요. '장산범'은 공포뿐만 아니라 감성도 느끼실 수 있답니다. 예상 관객수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따름입니다."
끝으로 염정아에게 배우로서 목표를 물었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는 대답을 내놓으며 의아함을 자아냈다. 정상에 오른 자의 겸손함이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진지했다. 27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며 달려왔지만 여전히 연기에 목마르다고. 화려한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는 염정아였다. 특히 그는 내려놓음의 미학을 터득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갈수록 더욱 연기에 목말라요. 힘들어도 작품 작업에 임하는 자체는 무척 행복하죠. 한 작품 한 작품이 다 소중하고 감사해요. 제 나이에 맞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점점 들어오는 작품 수와 캐릭터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데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저한테 '범죄의 재구성' 속 서인경 같은 역할이 들어올 리가 없잖아요. 목표를 꼽자면, 대중에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진 =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