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사소함에 집중하는 작은 영화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종관 감독)
영화 '더 테이블'을 보고 있자니, 마치 카페에 앉아 옆 테이블의 대화를 엿듣는 기분이랄까. 오직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손님들의 대화로 러닝타임 70분을 채웠다.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잔잔한 열풍을 일으켰던 '최악의 하루'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김종관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뒤 곧바로 '더 테이블' 시나리오를 썼다. 한정적인 시간 설정은 그대로이지만 이번엔 공간도 제한해 인물 간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에게서 흐르는 묘한 기류가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다.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특별하지 않은 사연이 없다. 각본 없는 인생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옴니버스식 구성이기에 몇 마디 대화로 네 개의 인연을 단면적으로 그리지만 오히려 상상의 꼬리를 물게 한다. 우리가 멍하니 앉아서 왁자지껄한 카페의 풍경을 구경했을 때처럼 말이다.
극적인 에피소드로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첫 번째는 전 남자친구 창석(정준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톱스타가 된 유진(정유미)의 이야기. 각자 삶의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배우라는 직업적 특성을 통해 극대화했다.
두 번째는 하룻밤의 사랑 이후 여행을 떠난 민호(전성우)와 경진(정은채)의 만남.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사랑의 시작 직전에 선 이들의 두려움과 설렘을 표현했다.
세 번째는 사기 결혼을 위해 가짜 친정엄마 역할을 해줄 숙자(김혜옥)를 만나는 은희(한예리). 거짓말을 모의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교감을 이루며 결국 서로 진심을 꺼낸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은 결혼을 앞두고 전 연인 운철(연우진)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혜경(임수정).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속내를 혜경을 통해 드러냈다.
이는 불안정한 관계를 기반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 등 화려한 배우들이 뭉쳐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섬세한 표정, 눈빛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각자 파트너와 신선한 케미를 발산해 극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었다.
김종관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미쟝센은 지난해 '최악의 하루'에 이어 또 한 번 늦여름의 감성을 자극한다. 24일 개봉.
[사진 = (주)엣나인필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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