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전도연은 충무로의 보석이다. CF, 드라마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1997년 데뷔작 ‘접속’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지난 20년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성채를 구축했다. 전도연은 남자배우 중심으로 움직이는 충무로의 한계를 보란 듯이 뛰어넘었다. 지난 20년의 눈부신 발자취를 ‘베스트7’으로 돌아봤다.
‘접속’(1997)
‘접속’은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온 멜로영화였다. 장윤현 감독은 깔끔하고 세련된 연출로 당시 컴퓨터통신의 사이버 공간을 배경으로 사랑에 아픔을 지닌 두 남녀의 이야기를 폭넓은 공감 속에 담아냈다.
전도연은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는 케이블 텔레비전 홈쇼핑 가이드 수현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짝사랑에 아파해본 경험이 있는 관객은 전도연의 연기를 보고 제 마음 속 외로움을 달랬다. 설렘, 낭만, 순수의 빛나는 감정이 살아 있는 한국 멜로영화의 수작이다. ‘접속’ 개봉 이후 PC통신 가입자가 급증했다.
이 영화는 앞으로 펼쳐질 전도연 연기세계의 두 가지 키워드를 담고 있다. 첫째는 기성감독 보다는 신인감독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 둘째는 ‘사랑’ 이야기 속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전도연은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는 사랑이라는 한 가지 이야기에 꽂혀 그것만 말해온 사람인지 모른다”고 했다.
‘해피엔드’(1999)
‘사로’ ‘생강’ 등 단편영화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은 정지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 불륜에 빠진 아내와 그녀를 사이에 둔 남편(최민식)과 정부(주진모) 사이의 사랑과 욕망을 그렸다. 전도연은 옛 애인과 불륜을 저지르는 아이 엄마의 불안하고 복잡하고 예민한 심리를 빼어나게 연기했다. 당시 파격적인 노출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해피엔드’ 이후 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에 이어 ‘해피엔드’까지 성공시키며 명실공히 충무로 최고의 흥행배우 반열에 올랐다.
‘인어공주’(200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이어 박흥식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 그토록 싫어하던 엄마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동화적 치유의 판타지를 통해 부모와 자식의 갈등과 화해를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다. 현실의 딸과 과거의 엄마 1인 2역을 호연한 그는 자신이 왜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인지를 입증했다. 전작 ‘스캔들-조선상열지사’의 조선 최고의 정절녀 숙부인에서 ‘인어공주’의 1인 2역으로의 변신은 전도연만이 해낼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이다.
“나의 어머니께…’라는 헌사로 시작하는 영화는 한때 모두 ‘인어공주’였던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로,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다.
‘너는 내 운명’(2005)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 '인어공주'에 이은 전도연의 9번째 작품. 이번에도 사랑영화다. 그것도 우직한 사랑 이야기.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과 순박한 시골 청년과의 러브스토리는 전국 305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교도소 면회신에서 전도연과 황정민의 절절한 감정 연기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 영화에서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가 오마주된다. 그래,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
‘밀양’(2007)
1997년 ‘접속’으로 데뷔한 이후 전도연은 정확히 10년 만에 ‘칸의 여왕’이 됐다. 유괴범에게 아들을 잃은 신애(전도연)는 신에게 용서를 받았다는 범인 앞에서 오열을 터뜨린다. 누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만이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킨다.
이창동 감독은 지난 7월 ‘밀양’ 개봉 10주년 기념 GV에서 “전도연 씨가 겉으로 강단 있고 강한 여자의 이미지가 있어도 내면이 여린 여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강해 보이는 부분과 굉장히 연약한 부분을 전도연 씨 만큼 동시에 가진 여성 배우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마 이런 여자가 아이를 가지면 모성애도 강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평범한 외모 속에 일상과 욕망을 모두 담아내는 연기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밀양’을 통해 강인함과 연약함을 모두 체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하녀’(2010)
김기영 감독의 걸작 ‘하녀’의 리메이크작으로, 칸 영화제 본선 경쟁에 올랐다. 전도연이 없었다면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그만큼 빛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전도연은 호기심, 질투, 불안 등이 뒤섞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그는 순수와 도발을 넘나들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무뢰한’(2014)
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작품. 전도연은 느와르마저 멜로로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필름 느와르의 스타일리쉬한 코드들을 충실히 담고 있는 '무뢰한'은 그러나 보통의 느와르들과 달리, 팜므 파탈 혹은 여주인공-언제나 믿음직한 전도연이 연기한-이 남자주인공보다도 더 깊은, 굉장히 다양한 여러 층의 결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호평했다. 전도연은 혜경을 복잡미묘하고 다양한 뉘앙스를 가진 캐릭터로 해석해 평단의 찬사를 끌어냈다.
이창동 감독의 말처럼, 전도연은 “메이드 인 전도연”이다. 앞으로의 2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 매니지먼트 숲, 각 영화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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