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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마음을 비운 kt 위즈가 KBO리그 순위 판도를 좌우하고 있다.
kt 위즈는 지난 12일 고척 넥센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8회까지 무득점으로 침묵했지만 0-2로 뒤진 9회 넥센 불펜을 상대로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0회 2사 1, 2루서 장성우의 천금 같은 역전타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갈 길 바쁜 넥센을 6연패로 몰아넣은 순간, 지난 5일부터 이어온 넥센전 3연승이기도 했다.
kt발 고춧가루 폭격은 비단 전날만의 일은 아니었다. 사실상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kt는 9월 들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9월 승률은 7승 3패(.700)로 리그 선두. 아울러, 팀 타율 4위(.291), 평균자책점 3위(4.05), 득점권 타율 2위(.330), 홀드 1위(7홀드) 등 각종 지표에서도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타 전력이 확실히 탄탄해진 모양새다.
여기에 9월 상대팀을 살펴보면 왜 고춧가루 폭격인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9월 7승은 한화(1승)를 제외하곤 모두 SK(1승), 넥센(3승), 롯데(1승), 두산(1승) 등 모두 순위 싸움이 한창인 팀들을 상대로 챙겼다. 특히 넥센 같은 경우 kt에게만 뼈아픈 3패를 당해 치명타를 입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지난주를 kt전 2연패로 시작해 결국 그 주에 1승도 거두지 못했다”라고 kt발 고춧가루의 위력을 실감했다.
시즌 내내 부진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던 kt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김진욱 kt 감독은 ‘무심(無心)’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kt는 시즌 14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45승 85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9위 삼성과 6경기 차로 3년 연속 최하위가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 확실한 목표 의식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다.
김 감독은 “부담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시즌 내내 최하위를 면해보려고 선수들이 부담을 가지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것 같다”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선수단이 100패에 대해 부담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00패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100패를 해도 그건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kt의 남은 14경기는 공교롭게도 KIA(6경기), LG(4경기), 두산, 넥센(이상 2경기) 등 모두 갈길이 바쁜 상위권 팀들이다. KIA-두산의 선두 싸움, 넥센-LG의 5위 싸움에 kt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것. 그러나 김 감독은 “물론 상대가 우리 전력에 민감하겠지만 일단은 팀 사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거나, 그 동안 힘들게 달려온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마인드가 또 의외의 결과를 내고 있다. 지난주 깜짝 선발 박세진이 호투를 펼치며 넥센전 승리를 뒷받침했고, 마무리 김재윤이 이탈한 상황에서 엄상백, 이상화가 기대 이상으로 뒷문을 잘 잠그고 있다. 이종혁, 김만수, 정주후, 김진곤 등 뉴페이스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마음을 비운 kt의 고춧가루 폭격이 상위권 팀들을 위협하고 있다.
[kt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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