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박광현 "라미네이트 화제? 남들이 뭐라든 내 길을 가련다"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배우 박광현은 데뷔 20년 만에 SBS 토요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그 동안 착하고 바른 이미지의 본부장만 해 왔던 탓에 연기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악역 도전에 대해 "고해성사 하는 기분이었다"고 밝힌 박광현은 아주 차분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꺼내놨다.

"세월이 참 빨라요. 벌써 20년이 흘렀다니. 이번 작품 통해서 처음으로 악역을 하게 됐는데 고해성사 한 기분이에요. 제 안에 이런 모습도 있는데, 끼를 감추고 실장님만 했던 게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다만, 백마 탄 왕자 이미지의 실장님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죠. 그래도 저는 이런 역할을 해 보니 갈증이 많이 해소됐어요. 더 다양한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그 동안 착하고 바른, 멋진 실장님 역을 주로 해 왔던 박광현은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불륜하고 딸을 죽게 만드는 악역 추태수를 맡아 연기하고 있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지질하면서도 끝을 모르는 비열함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묘하게 빨아들여 보게 만드는 캐릭터다.

"추태수를 시작할 때 욕 먹을 건 두렵지 않았는데, 사실 연기가 걱정됐죠. 비슷한 캐릭터를 많이 해왔고, 익숙해진 연기 리액션이 있었는데 그것에서 벗어나야 했으니까요. 작가님께서 바른 이미지를 좀 벗어 던지라고 주문하셨어요. 그런데 연기 하다 보니 재미있었어요. 깐죽거리는 연기가 꽤 잘 맞더라고요."

김순옥 작가 특유의 세계관으로 악역이 많이 포진된 이 드라마에서 박광현은 불륜을 하다 집에 불을 지르고 그로 인해 딸이 죽음을 맞게 되는 인물이다. 게다가 이를 아내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다시 없을 희대의 악역을 연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열하고 간사하게 살기 위해 자존심도 버린 상태다.

"사실, 제일 용서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추태수죠. 어떻게 바람 핀다고 아이를 죽여요. 그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인 거 같아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다솜 씨가 맡은 양달희는 정말 인성적으로 봤을 때는 가장 못 된 거 같아요. 태수가 한 가장 비열한 건 궁지에 몰리니까 자기 살겠다고 버린 아내 은향(오윤아)에게 무릎 꿇고 싹싹 비는 신이었던 거 같아요. 멍멍 꿀꿀 해가면서 정말 비굴했죠. '갈 거면 날 밟고 가라'고 하는데 밟히잖아요. 그 때 오윤아 씨가 힐을 신었었는데 아팠어요. 배에 힘을 꽉 줬죠. 하하"

'언니는 살아있다'에 대한 일각의 '막장' 시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개연성이 없어야 막장"이라면서 "우리 드라마는 개연성은 있다. 삶 속에 사실 막장적인 요소가 더 많다. 그 요소들을 개연성 있게 녹였다고 본다. 후반부 급등한 시청률이 이를 입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장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보게 하는 건 정말 능력이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든 연출이 좋아서든. 작가님을 비롯해 감독님, 배우들이 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거 같아요."

데뷔 20주년, 첫 악역 등 여러 가지 키워드를 마주하면서 박광현은 "최근 내성이 생겼다"며 "남들이 뭐라든 내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인터뷰 당일 크게 화제가 된 라미네이트 신에 대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성이 많이 생겼어요. 남들 시선을 크게 신경 안 쓸 수 있게 됐죠. 연기자로도 터닝 포인트가 있었고, 나이도 벌써 40대고요. 제 이가 어떻든 저렇든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내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런 생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시간 낭비 않고 즐겁게 살고 싶어요."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o0829@mydaily.co.kr]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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