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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될지어다 구선원~"
배우 조성하를 만나자마자 "될지어다"라는 말을 하니, 인자한 영부님 특유의 미소가 나왔다.
조성하는 케이블채널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에서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 역을 맡았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빛나는 연기를 선보였지만,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는 전무한 캐릭터 설정을 훨훨 날며 제대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조성하는 1회부터 16회까지, 모든 회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무서운 연기 내공을 보여줬다.
"'구해줘'에 무조건 출연하고 싶어했어요. 사이비 얘기를 여태까지 집중적으로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과 사이비 교주는 아무도 한 적이 없다는 것. 딱 그 두 가지 이유가 가장 컸어요. 특별한 이야기인데 맹숭맹숭하게 할 수는 없었어요. 특별하게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서 바로 백발을 결정했고 의상도 흰 것으로 준비했어요. 모두가 놀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큐빅 브로치나 반지도 다 제작을 한거였어요. 알아서 구상을 했어요."
조성하는 '구해줘'에서 착용한 화이트 수트와 여러 브로치들을 직접 구상할 정도로 백정기 역에 푹 빠져있었다. 4개월간 빡빡한 스케줄, 특히 새벽 촬영이 많았던 터라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힘든 건 없었다"라며 백정기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구해줘'에 조성하가 출연하게 된 배경에는 변영주 감독의 도움이 있었다. 영화감독 출신으로 '구해줘'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화차'(2012)에 출연한 인연의 조성하를 백정기 역에 추천했다. 이에 제작진들은 "아, 조성하!"라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로 곧바로 조성하 캐스팅에 박차를 가했고 그렇게 이뤄졌다.
"첫 촬영을 하면서부터, 흰 양복과 흰 머리를 준비하고 처음 예배 장면, 암 시술하는 것과 장례식장 2회 엔딩을 찍는 것을 보면서 제작자와 감독, 작가 모든 분들이 너무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뭔가 흥행 조짐이 올 것 같다고 했어요. 장면이 정말 멋지게 나왔어요. 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24일 방송된 '구해줘' 16회에서 백정기는 불에 타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백정기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정확하게 자기의 유토피아를 구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구상이 어설프게 하루 아침에 해서 되는 일은 아니었어요. 하다못해 성경책도 다 뜯어고쳐야 하는 작업인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지 않겠나 싶었어요. 전체적인 구상이, 사업가들이 사업을 구상하고 하나의 회사를 완성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은 시간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지군이라는 동네를 보여줘서 그렇지, 대한민국이라는 무대로 옮겨졌다면, 최고의 수장이 그런 사람이라면 어찌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조성하는 구선원의 사태, 무지군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빠져들고 공감하는 요소에 대해 대한민국의 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 우리는 좀 더 이 작은 곳의 이야기이지만 전체의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결말에 대해 만족하는지 물었다. '구해줘'는 권선징악으로 끝이 났다.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단번에 대답이 나오자 웃음이 났지만, 그 이면에는 더 심오한 생각이 담겨 있었다.
"전, 백정기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구해줘'라는 작품을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차원이 있어요. 그들을 직접적으로 고발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행태나 작태를 고발해야하고, 그들의 현실을 겪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야해요. 그러다보니 '고구마'가 생기는거죠. 그렇게 죽는 것도 '사이다'를 제공하는 부분이지만, 백정기가 단죄를 받는다고 해서 사이비 문제가 끝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가 살아서 어느 사회로 들어가는지 몰라야, 경계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과 작가에게 어필을 해보았지만 결국 백정기의 죽음, 단죄로 시청자들은 '사이다'를 맛보게 됐다. '킹스맨: 골든 서클'을 통해, 1편에서 죽은 줄 알았던 해리(콜린 퍼스)가 다시 살아났다고 말하자 "한국의 콜린 퍼스도 살아나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구해줘'는 정말 재미있게 찍은 작품이에요. 이런 작품이 처음 나왔고, 저 또한 그래서 처음 해봤잖아요. 처음 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잘 만들어냈다는 것도 굉장히 고무적이고요. 이런 작품이라면 시즌2도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사진 = HB엔터테인먼트·OC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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