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돌적인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연세대 은희석 감독은 19일 중앙대와의 대학리그 4강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허훈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당시 연세대는 승리했다. 그러나 허훈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은 감독은 허훈이 예전처럼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회복하길 기대했다.
성인대표팀과 연세대에서의 역할 차이, 적응 과정에서 혼돈이 있었다. 은희석 감독은 "대표팀에서 형들을 돕는 역할만 하다 돌아와서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경미한 허리 부상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탓도 있었다.
22일 고려대와의 정기전부터 변화의 기미가 보였다. 30점을 퍼부었다. 26일 고려대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서는 더욱 좋았다. 득점도 14점으로 괜찮았고, 어시스트도 14개를 뿌렸다. 자신의 공격과 동료에게 찬스를 내주는 비율이 완벽에 가까웠다.
현대농구에서 포인트가드에게 요구되는 건 공격적인 농구다. 1~2번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공격을 하면서 경기흐름에 따라 득점, 어시스트의 비율을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기계적인 구분은 도리어 팀 공격의 리듬을 해친다. 그래서 정기전 이상으로 챔프전 1차전 경기력이 돋보였다.
허훈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감독님에게 그런 말씀을 들었다. 적극적으로 부딪히는 게 중요하다"리고 말했다. 은 감독도 "떨어진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리는 단계다. 허훈이 살아나면서 팀의 중심이 잡혔다"라고 말했다.
물론 경기는 상대적이다. 고려대는 정기전에 이어 챔피언결정 1차전서도 좋은 멤버구성에 비해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았다. 지역방어에 대한 기계적인 고집으로 패배를 자초했다. 연세대는 이미 고려대 지역방어에 대한 내성이 길러진 상태였다. 정기전 승리 역시 고려대 지역방어를 체계적으로 공략한 결과였다. 챔프 1차전서는 완벽히 깨부쉈다.
이 과정에서 허훈은 쉽게,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패스를 하면서 점수와 어시스트를 적립했다. 마치 2~3수를 앞서 내다보고 손쉽게 공략한 느낌이었다. 허훈뿐 아니라 연세대 모든 주축선수가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만, KBL서 허훈에 대한 차원이 다른 프레스가 기다리고 있다. KBL에는 힘과 스피드가 좋은 1~2번 수비수가 즐비하다. 허훈도 "허리는 여전히 좋지 않다. 프로에서도 관리하면서 뛰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런 부분들이 허훈을 다시 소극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신장이 181cm로 그렇게 크지 않은 부분, 각종 세부적인 약점(예를 들면 슈팅능력의 기복) 등 플레이 특성이 파악되면 프로 진출 후 성장통을 겪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KBL은 외국선수들이 포함된 프로다. 대학과는 수준이 다른 무대다.
그래도 최대한 대학 시절의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갖고 있는 능력으로도 충분히 KBL서 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은 감독도 "훈이는 프로에 가도 계속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개인능력이 좋은 선수다"라고 했다. 멤버구성상 출전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팀에 입단하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기회는 충분히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부딪히고, 성장하는 건 허훈의 몫이다.
허훈의 신인드래프트 1순위 대세론은 양홍석, 유현준의 얼리엔트리 선언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양홍석과 유현준은 잠재력이 풍부하다. 특히 유현준은 허훈과는 또 다르다. 감각적인 패스에 강점이 있다. 지난 시즌 하위권 팀들은 양홍석을 1순위로 염두에 뒀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공격형 가드가 필요한 팀이라면, 미래의 잠재력 폭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팀이라면 허훈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카드다. 허훈의 1순위 지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순번보다 더 중요한 건 KBL에 가서 적응을 잘하는 것이다.
허훈은 "얼리엔트리로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걸 알고 있다. 지명순번에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어느 팀에 가든 하던 대로 할 것이다. 감독님의 주문을 잘 소화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허훈. 사진 = 대학농구연맹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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